아니 뭐 어쩌겠어...

집도 날리고 직장도 날리고

by 쇼니

전세사기로 집도 날리고 무모한 도전 끝에 직장도 날렸다.


잠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2022년 연말 전세사기를 당했고 2023년 초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지리하고 고달팠던 나홀로 민사소송이 끝이 났다. 승소만 하면 전세금도 돌려받고 이것을 신호탄 삼아 다시 취업에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의 인생은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내 손에 남은 건 '승소'라는 글자가 박힌 판결문 한 장뿐이었다. 여전히 전세금은 돌려받지 못했고 말 그대로 상처뿐인 승리였다. 게다가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던가...징그럽게도 취업은 되지 않았고 어느새 경력 단절 백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쓸 정도면 나름 감성적인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안에는 양면적인 모습이 있어서 이따금씩 이성적인 사람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어느 날 불현듯 서늘하고 날카로운 것이 내 머리를 관통했다. 우울감에 젖어 자기연민에 빠지는 순간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직감이었다. 반사적으로 머리를 두어 번 짧고 빠르게 흔들고 내 인생을 마주했다.


그런데 뭐 어쩌겠어...이렇게 된 것을...

무책임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말이 아니라...정말로 뭐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한테 전화해서 쌍욕을 한다고 전세금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애걸복걸한다고 내일 바로 직장에 출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뭐 어떡하겠는가. 인생도 날릴 수는 없지 않은가.


평생 못 갚을 정도의 금액을 빚진 것도 아니고, 가족이나 친구한테 배신당한 것도 아니고, 병들어서 오늘내일하는 것도 아니다. 감사하게도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다. 다만 사기꾼에 속고 젊은 날의 실수로 매일 밤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내 삶이 더 억울하다. 그래서 내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원치 않은 고난 속에서 정신승리하며 얻은 열 가지 생각이다.


- 어떤 고난은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 이유가 없는데 이유를 찾으려 하면 나만 고생한다.

- 고난을 헤쳐나갈 방법만 생각하자.

- 헤쳐나갈 자신이 없으면 버티기라도 하자.

- 일단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 인생 그리 쉽게 망하지 않는다.

- 무모한 도전? 거의 구라다.

- 다들 웬만큼 준비해놓고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미화한다.

- 그러니 우리는 무모한 도전 하지 말자.

- 뭐 어쩌겠냐. 우리 인생 망하게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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