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가벼워진 나
2024년 연말, 나는 또다시 퇴사를 했다.
369일 만에 무직에서 벗어났는데 일 년도 채우지 못하고 9개월 만에 삶의 중대한 국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시점은 항상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위기인지 기회인지 파악할 새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부딪혀야 하는 사실에 더욱 불쾌하기 짝이 없다. 마치 발가벗은 상태에서 허겁지겁 옷을 끌어잡으며 현관문을 열어젖히는 방문객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변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고 퇴사가 결정되기까지 딱 나흘이 걸렸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퇴사였기 때문에 행정 절차와 협의를 문제없이 마무리하는 데만 온 정신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예기치 않게 채용시장에 던져진 나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다만 속사정과 내막을 모른 채 혀를 끌끌 찰 누군가의 시선이 벌써부터 따가웠다. 그러나 그들을 원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선량한 마음을 가졌으나 무지하고 무책임한 타자의 시선으로.
진실로, 진실로 이전의 무모한 도전을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나의 세상은 그리 평온하지 못했고 떠나라며 등을 떠밀었다. (퇴사 배경은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그렇게 정말 상상도 못 했던 두 번째 답 없는 퇴사가 벌어졌다. 고난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말이 정말 싫었다. 그 의미가 싫은 것도 있지만... 원래 클리셰나 상투적인 것들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관용구 사용도 자제한다. 그런데 관용구대로 고난이 떼거지로 몰려온다니. 더 싫었다.
작년에 왔던 고난은 죽지도 않고 또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그 녀석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작년 일 년 동안 불안과 걱정에 힘겨워했던 나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가벼워졌다. 시련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시련에 쉽게 짓눌리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