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너무 힘든 날

뭘 해도 힘든 날

by 쇼니

마음이 너무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무엇을 해도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는다.


이럴 때를 대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빠른 템포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음악, 마음을 위로하는 잔잔한 음악 등 분위기에 맞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구분해 놓았다. 그리고 아늑한 카페, 걷기 좋은 공원과 쾌적한 사우나 위치도 저장해 두었다. 덕분에 휴식이 필요하거나 몸 상태가 찌뿌두둥할 때면 고민 없이 찾을 수 있어 심신회복에 큰 효능을 보았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힘든 날은 차곡차곡 준비해 둔 대비책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음악이 성가시게 들릴 뿐이며, 카페나 공원으로 나서는 발걸음도 망설여진다. 수반되는 모든 행위 이를 테면 날씨를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고 운전을 하고...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모든 행동이 번거롭고 귀찮다. 그래서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기 어렵다. 마음이 힘드니 사고체계에 과부하가 발생한 탓일 것이다.


그리하여 멍 때리면서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마음 둘 곳이 없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가장 가까운 카페로 힘겹게 몸을 이끌어 멍하니 앉아있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시선과 초점을 흐트러뜨린 채 정신 속 고요한 호수에 몸을 맡긴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나는 턱을 괸 모습으로 멈춰있다. 가끔 눈만 감았다 뜰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원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더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비책을 마련해 둔 것과 같은 노력 덕분인지...과거에 비해 감정의 하한을 찍지 않으며 내 상태가 타인에게 티가 덜 난다는 것이다. 나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사실은 이런 변화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주변 사람을 위해서 발달된 기제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 그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성숙일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나는 이전보다 더 외롭다.


태풍이 불면 바짝 엎드리라 하던가. 그래서 마음이 너무 힘든 날은 생각과 행동을 최소화한다. 어차피 무엇을 할 힘과 의지도 없다. 그저 속으로 '힘들다... 힘드네...? 응 힘드네...‘라는 생각을 한다. 그뿐이다. 거창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래서 어찌 되었든 마음이 너무 힘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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