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름을 지나온 방식
시련 속에서 여름을 향한 나의 사랑은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여름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나는 고달픈 현실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의지적으로 여름을 탐닉했다. 고독, 단절, 어둠은 여름에 속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름은 우리를 눈부신 햇볕 아래로 인도한다.
나는 늘 오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부러웠다. 그 재미에 흠뻑 빠져 시간과 정성을 쏟고, 어느덧 아마추어 이상의 실력까지 겸비하여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이것저것 시도해 봤지만 항상 비슷한 지점에서 멈춰 섰다. 처음 몇 번은 흥미로웠지만 이상하게 물은 더 이상 끓어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 없는 선에서 적당히 즐기고 경험하는 것이 딱 편안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도 내 성격의 한 모습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질리지 않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케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햇볕이었다. 온몸이 따뜻한 햇살로 감싸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직장에 다닐 때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책상 너머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그 햇살을 마음껏 만끽하기로 했다.
한강 수영장에 갔다. 혼자 간 날은 파라솔 밑에 누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 발목을 까딱까딱거리곤 했다. 친구와 함께 간 날은 무알코올 맥주에 소떡소떡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햇살이 뜨겁다 싶으면 곧장 시원한 물에 몸을 담갔다. 두어 시간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개운하게 샤워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름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충만했다.
호수 공원에서 러닝을 했다. 백수의 가장 큰 특권은 시간적 여유인데, 그 덕에 붐비지 않는 한낮의 공원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사람이 꽤 몰리지만 평일 한낮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주변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사람이 없는 날에만 종종 상의를 벗고 달렸다. 평소 마음을 잘 다스리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백수인지라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늘 마음 한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의를 벗고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햇살과 바람 덕분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답답한 마음과 더운 숨결, 땀방울을 쏟아낸 후 호숫가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먹는 것도 작은 행복이었다.
유독 더웠던 이번 여름, 넘치는 시간 때문에 지루하다며 짜증만 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 덕분에 여름 햇살을 그 누구보다 풍요롭게 누릴 수 있어 감사했다. '때문에', '덕분에'. 앞에 단어는 똑같은데 뒤에 붙는 단어로 인해 의미는 정반대가 된다. 내 삶도 그리 바라볼 수 있기를. 그리고 또다시 여름 햇살같이 반짝이기를.
이렇게 여름사랑단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