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교재를 사용하기 위해서 단편소설을 읽는 것은 꽤 고된 일에 속합니다. 제가 수업에서 사용하는 단편소설에는 어느 정도 기준이 있는데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수업 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다루는 주제 - 죽음, 삶, 사랑, 의미, 통찰, 우정, 선함, 철학, 이타, 불멸, 예술 등에 관한 글이나 그림
2. 이야깃거리가 있음 - 함께 읽고 토론할 부분이 있어야 수업이 풍성해집니다.
3. 난이도 - 쉽게 읽을 수 있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살짝 높은 편이 좋습니다.
주제와 야이기 그리고 난이도에 대한 부분이 충족이 되면, 매우 멋진 수업이 진행됩니다. 요리에서 재료가 제일 중요한 것처럼, 독서토론 수업에서도 텍스트가 제일 중요합니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은 꽤 어려운 주제들을 다룹니다. 쉽게 풀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이나 방향도 매우 돋보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죽음과 삶의 의미를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보기 드문 멋진 책입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삶은 누군가에서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삶입니다. 고귀한 신분에서부터 낮은 사람까지 고양이를 모두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죽음과 삶을 반복합니다. 그 이유는 삶과 죽음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타인에게서 자유로워지자,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자,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사랑에 대해서 배우고, 사랑이 죽음과 삶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책은 매력적인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여기서 다루지 않을게요. 궁금해서 책을 보시게 될 분도 계실 것 같아서요.
이야기의 매력은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텍스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의 지성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신뢰할 때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지적인 능력이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작업이 분명합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 사노 요코, 『100만 번 산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