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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May 14. 2022

작가에게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물어볼 때

그러니까 12년 전 즈음일 겁니다. 그때에는 서일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였습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작가분을 초대해서 강연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맡았던 방과후학교 3개 수업의 학생을 합하면 40여 명이 되었어요. 4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작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꽤나 근사했습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나고 간식을 먹는 시간도 훌륭했습니다. 


제 수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주제 찾기"입니다. 15년 전이나 지금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때에는 작가분에게 주제에 대해서 묻는 것이 실례라는 것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의 채민기 감독님, <꿈속에서>의 장건재 감독님, 

『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 작가님, 『하이킹 걸즈』의 김혜정 작가님


에게 모두 같은 질문을 했었습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구병모 작가님을 제외한 세 분은 정말 당황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구병모 작가님은 화를 내셨습니다.) 


리쾨르에 따르면, 해석학적인 관점에 따르면, 작가가 죽었을 때에, 작가에게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없을 때에 진정한 해석이 이루어집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가분에게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얼마나 실례가 되는 일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에는 해석학적인 관점에서, 철학적인 관점에서만 질문을 했었거든요. 


아마도 작가분들도 자신이 만든 작품이 해석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되는지 알 수 없으셨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독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작품의 해석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굉장한 실례를 범했습니다. (랭스턴 휴스의 「내가 연주하는 블루스」에서 오시올라의 모습을 보면 작가에게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12년 정도 지난 일이지만, 그때에는 제가 좀 많이 어리석었습니다. 지금은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에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수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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