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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Jul 06. 2020

녹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어떤 일에 부딪혀도

신을 원망하지 않기로

오래전 마음먹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재난이나 죽음이 닥치면

신을 두려워하거나 찾고

종종 원망하기도 한다.


생각했다.

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이 그를 원망하는가.


또한 생각했다.

나는 신에게 무엇을 했는가.

하늘에 어떤 "은혜나 의"를

베푼 적이라도 있는 것인가.


나에게는 신을 원망할 자격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때때로

비바람과 폭풍우 몰아쳐

온 혼을 온통 흔들어대며

끊임없이 괴롭혀질지언

신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불평치 않기로 했다.


나를 흔들고 괴롭힌 건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녹는다.

무고해도 참던 시간

눈물 되어 녹는다.


아픔과 괴로움의 세월

눈물 되어 녹는다.


지칠 대로 지쳤던 심정

눈물 되어 녹는다.


설명되지 않던 모든

눈물 되어 녹는다.



"당신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는가"

든 책임을 신에게 돌리려는

악을 버리고 입을 다무니

차곡차곡 쌓인 마음들이 모여

뜨거운 물이 되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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