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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May 06. 2024

돈 주고도 못 타 볼 자동차

저는 여러 번 탔습니다. 아주 많이요.

- 엇! 내가 좋아하는 차다.
- 응? 어떤 차? 어떤 차 좋아해?
- 아, 아니야.
- 저 중 뭐 좋아하는데? 저기 검은색?
- 아니, 저기 은색.
- 좋은 차 좋아하네~

모스크바에서 물론 더 비싼 차도 많았지만

내 눈에는 색 벤츠가 가장 예뻐 보였다.

별 뜻은 없다. 검정보다 은색을 좋아했을 뿐.

그러나 그런 차는 내 앞에 절대 서지 않았다.


일단 잡고 딜을 먼저 읽어야 이해가 될 것


어떤 차가 택시로 잡히는가


한국에 돈 주고도 볼 수 없을 만큼 매우 후졌던

주로 러시아 차였다. 물론 러시아 자동차 모델에도

급이 있는데 가장  잡히는 차는 최하위 모델이다.


일단 쿠션이 통통 널뛰기하듯 튀는 스프링 그 자체,

가끔 뒷좌석 목받이가 없어 이러다 사고 나면 필시

목이 꺾여 죽겠구나 싶은 차도 적잖이 타 보았다.


이러한 차 경우 애석하게도 차주에게마저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담배 썩은 내가 짙게 베여있고, 절대

깜빡이 따위 없이 좌우 활보하며 승객에게 추근댄다.


후진 차를 모는 것은 절대로 판단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80% 이상 차주들 실 공통점이 그러했다는 것.

삶에 대한 태도와 생활방식, 가치관이 보인 것일까.


차의 유리가 깨져 마치 거대한 거미줄처럼 금이

는데 포장 테이프로 붙이고 다니던 차도 타 봤다.

대단했다. 그 사람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 같았다.


딜을 할 적에 분명 150루블이었는데 가다가 중간에

맘이 바뀌어 200루블 주면 안 되겠냐고, 가는 내내

실랑이 벌이며 괴롭히는 차주도 가끔 만날 수 있다.


내가 택시를 잡으려 팔을 내밀면

80%는 그런 후진 러시아 차량이 다가왔다.

도로에 번쩍번쩍한 수입차들이 즐비했어도

그들은 부업으로 택시 노릇 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다 아주 멀쩡한 차가 내 앞으로 와 정차하면,

나도 모르게 살짝 차를 피하며 팔을 계속 올린다.

임시정차 같은데, 계속 택시를 잡아야 하니까.


알고 보니 태워주기 위해 세웠던 경우에는 안에서

차주가 나를 쳐다본다. 오, 웬일이지?  일이다.


'내가 부를 가격에 안 갈듯 한데' 싶지만

일단 차 문을 열고 목적지를  이야기하면,

안에서 쏘 쿨한 표정으로 딱 한마디 한다.


- 타세요.


가격을 말하지 않았는데 타라는 것은 셋 중 하나.


1. 덤터기를 씌우려거나

2. 무조건 벌어야겠거나

3. 호의를 베풀겠다는 뜻


후진 차주가 일단 타라면 반드시 가격확인이 필요.

터무니없는 금액을 주행 도중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차주는 아마도 인류애로 차를 세운 듯.

내가 불쌍해 보였을 수도...


그런 차주는 젠틀하기까지 해서 말도 걸지 않는다.

불필요한 대화가 전혀 없으며 목적지에 세워주고,

돈도 안 받고 떠나간다. 너무 고맙습....


하지만 이런 차는 아주 가끔만 만날 뿐이었고

우연인지 몰라도 차주는 모두 러시아인이었다.



당장 내려


한 번은 우리를 태우고 너무 독한 담배를 피워대서

괴로움에 갈등하다 정중하게 "혹시... 죄송하지만

담배를 꺼 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어보자 안색이

확 변해 별안간 차를 세우고는 내리 한 적이 있다.

이 사람도 그 후진 차량 80%의 차주에 포함된다.


희한하게 그 80% 차주는 하나같이 러시아인 말고,

주변국가에서 모스크바로 들어온 외국인들이었다.



담배 필 거야?


물론 담배를 기꺼이 꺼 주는 차주도 만날 수 다.

끈다기보다, 부탁하는 순간 창밖으로 던진다.

쏘 쿨의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외국인 차주의 모습.


나중에는 차를 잡을 때


1. 목적지

2. 가격

3. 흡연 여부


세 가지를 묻고 타게 되었다. 담배 피우시나요?물어볼 게 아니라 "담배 피우실 건가요?"이다.


잠시 참고 돈을 벌 사람은 안 피울 테니 타라 하고

지금 피우던 사람은 창 밖으로 던지며 타라 한다.

물론 옛날 얘기이다.  모스크바는 많이 달라짐.



이 차 너 가져


러시아에서는 차를 함부로 운전하면 안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비싼 차가 많은데, 만일 사고 내서

비싼 외제차를 박으면 차주가 수리를 하기보다는


"그냥 이 가져. 나한테 새로 사 오고."


이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빙성 있는 모르나

 얘기를 등너머로 들은 이상 모스크바에서 운전은

꿈도 꾸지 않았다. 메트로를 타거나, 열심히 걷거나,

절대 안 오는 버스를 기다리다 몸이 천근만근인데

춥기까지 할 때, 어떤 차가  앞에 설 것을 알면서도

팔을 내밀어 택시 아닌 택시잡던 날도 있었다.


비록 차는 후져도 보통의 사람과 보통의 대화를 

즐겁게 하며 가는 경우도 물론 많이 있고, 고맙다.

그렇더라도 나는 차에서 늘 빨리 내리기를 바랐다.



저런 차는 타는 게 아니야


금연을 서로 확실히 확인하고 약속한 새 룸메와

택시를 잡았다. 문을 열고 딜을 하려는데 언니가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짧게 었다.

그냥 보내라는 것이었다.


- 왜??


언니의 표정이 매우 차가웠다. 그래서 보냈다.


- 왜 그냥 보내? 가격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가운데, 언니가 말했다.


- 저런 차는 타는 게 아니야.

- 어떤 차?

- 남자가 둘이잖아.

- 어? 우리도 둘인데

- 보조석에도 남자 탔잖아. 그런 차는 위험해.


와.. 지혜로운 여성... 감탄했다.

어디에서 저런 지혜를 배우는 것일까?

상상도 못 했던 나는 그 언니로부터 배웠다.



도로 한가운데 멈춘 차


치즈케익이 너무 간절해 룸메와 시내에 나와 먹고

택시를 잡아 돌아오던 밤, 도로 한복판에서 별안간

동이 꺼지더니, 차주가 욕을 하고, 시동을 걸지만

안 걸리고, 다시 걸어봐도 계속 안 걸리던 무한반복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말이다.

심지어 6차선 대로에서 정 중앙인 1차로 위치였다.


가상현실 같았다. 이렇게 서도 되나.  깜깜한 밤.

돈 주고도 하기 어려울 듯한 진귀하고 무서운 경험.

아저씨는 계속 욕을 했고 차 안 분위기는 험악했다.


내리고 싶어도, 한적한 도로에서 더욱 금세 차가

올 수 있으니 위험해, 맛이 간 차 심폐소생 성공만을

기다린 우리.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차로 결국 도착.


그날 이후 우리는

은 밤 치즈케익을 먹으러

다시는 나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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