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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Nov 08. 2015

상처

싱처는 지우는 게 아니라 치료하는 것이다

ⓒ 2015. essie


얼마 전에는 식칼에 손을 살짝 베었다.
베일 때는 인식 못 했고, 물이 닿는 순간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끼고 나서야 알게 됐다.



준다고 다 받냐?

한 때 그럴싸한 말이 들렸다.

상처 받지 마라. 상처를 준다고 받냐.

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라고 하는.


상처란

받았다고도 하지만 '입는다'고도 표현된다.


나는 칼에 상처를 입었다. 칼이 고의로 날 베거나 하진 않았다. 나 역시 일부러 입은 상처는 아니다.


그러나 상처를 입었다.


우리가 살면서 받은 상처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상처를 받지 말라니. 안 받으면 그만이라니.

이 무슨 무책임하고 무식한 말이란 말인가

라고 한편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

상처받기 싫었지만 알고보면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안 받으면 그만이야!"라고 크게 외침으로, 이미 받은 상처를 지우고 싶었던 것일게다.

ⓒ 2015. essie


상처는 지우는 게 아니라
치료하는 것이다


깊은 상처는 흉터를 남기기도 하고

가벼운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옅여지듯이

우리 마음의 상처 또한 그와 흡사하게 비례한다.


칼에 베인 손가락을 쳐다보며

"나는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고로 상처입지 않았다! 결코 아프지 않으며 내 손가락은 멀쩡하다!"

라는 다짐의 선언 따위 하지 않았다.


상처 입었음을 인정했다.

약을 꺼내 발랐다.

필요한 경우, 반창고를 붙인다.


그리고 평소보다 조심해서 손을 씻는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오히려 인식하고 보살펴야

덧나거나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반복해서 상처를 들여다보고 말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그걸로 상처가 빨리 낫지도 않고. 그러나 어느 정도의 대처는 필요한 것이다.

ⓒ 2015. essie


흔적

상처받지 않을 능력이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주고 받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처는 고의보다는 사고가 많다.

계획하고 연습해서 상처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

몸과 마음의 여기저기엔 남 모를 흔적들이 남는다.


사람이라서

당신은 살아있음으로 꾸준히 상처 입을 수 있었다.

상처를 입으면 아프다. 아픔도 살았기에 느꼈다.

연약하고 모자라 상처를 입은 게 아니다.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다. 人은 원래 그런 존재다.


효력

처없는 손가락에 바른 연고는 별 느낌조차 없다.

그러나 상처 입은 손가락 위에 바른 소량의 연고는

나를 잠시 더 아프게 한 뒤, 점점 효력을 발휘한다.


기회

당신이 잘 모르던 소중함을 알아갈 절호의 기회다.

당연히 여겼던 것들에 대하여 감사할 찬스다.


아픔을 뼈저리게 느껴 볼 시간이다.

깊은 상처일수록, 더한 고통일수록,

화려한 것들보다는 낫게 할 약이 더 필요케 되고

당신을 진정 낫게 할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그 어느 때보다 진실되게 탐구하여 물을 수 있,

가치있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상처 입거나 받았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자책하지 말라.


당신의 그 상처마저 사랑할 한 존재를

상처받은 마음 안에서 찾아보아도 좋다.


상처 입어도 주눅들지 말아라.

상처 입은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귀하다.


당신은 혼자였던 적 없다.

절대 상처 받지 않을 줄 아는 사람은

이 지구 안에 아무도 없다.

ⓒ 2015. 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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