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 꼈네? - 응 - 금반지네? 진짜 금이야? - 응 - 누가 줬는데? - 엄마가. 유학올 때 사 줬어. - 잘 어울리네~ 나도 한 번 껴보고 싶다. - (반지를 좋아하나..?) - 나 한 번 껴봐도 돼? - 반지 좋아해? - 어. 나 반지 좋아해. 나도 끼고 싶다~ - 여깄어, 껴 봐. - 내 새끼손가락에 들어가네. 어울려? - .. 음.. 응. - 이 반지는 다음번 만날 때 줄게.
플러팅일 뿐이었지만, 순수하고 진지했던 고딩은
다시 친구를 만날 때다른 금반지를 가지고 나갔다.
- 이거 너 가져. - 엇, 이거.. 금이야? - 응 - 반지.. 나한테 줘도 돼? - 이거 남는 거야. 저번에 너도 끼고 싶다고 했잖아. 나는 엄마가 준 거 끼는데, 이건 교회 언니가 자기 남는다고 나 준 거거든. 18k야. 어차피 좀 큰데 너한테는 맞을 것 같아. 가져. - 그래, 고마워, 잘 낄게~
순수한 마음으로, 남는 반지를 나누어 줬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는
남들도 나와 같을 줄 알았다.
미안한데...
- 저기.. - 응? - 저기 있잖아... - 왜? - 정말.. 미안한데....
그 애는 내가 준 금반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네가 버려
- 아쉽게도 반지 낄 수 없을 것 같아. - 갖고 싶어하길래 남는 것 준 건데. - ...... (난감한 표정의 상대 모습) - 네가 자꾸 반지 갖고 싶다길래, 마침 헐렁해서 안 끼는 거 있으니 준 거거든. 아무 의미도 없어. - 어.. 아는데.. 그래도 일단 돌려줄게.. - 이미 준 걸 내가 왜 받아. 그리고 그 반지에 정말 어떤 의미도 없거든. 그러니까 네가 버려.
노란 장미를 싫어하는 이유
친구 된 지 얼마 안 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말주변 좋던 그 친구가 별 말을 못 하고 있자
그 엄마가 노란 장미를 골라 아들 손에 주며
나에게 주라는 눈치 주시는 것을 보게 됐다.
그 애라기 보다, 그 엄마가 주신 것과 같아서
참고 받았지만실은휴지통에 버리고 싶었다.
불쾌했다.
반지 갖고 싶다고 한 두 번 말한 게 아니었다.
받을 땐 언제고, 금세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장소에서 빠져나왔다.
이튿날,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 다른 친구가
나에게 전화해 그 친구의 자초지종을 전했다.
- 집에서 아주 난리가 났었대요.
- 왜?
- 손에 금반지 끼고 있으니까, 너 그거 무슨 반지냐고..
- 남아서 준 거야. 갖고 싶어 하길래.
- 그 오빠 부모님이 난리 나가지고, 무슨 사이인데 금반지를 주고받냐, 어떻게 반지를 덥석 받냐, 당장 가서 돌려주고 와라, 발칵 뒤집어졌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