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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Aug 10. 2024

피아노 방

어쩐지 연습이 안 되더라

가능하다면 오늘 이 글을 적고 싶지 않았다.
연재 글은 특히나 미리 준비해 놓는 편인데,
이번 글은 준비되지 않아 오늘이 당일이다.

미리 적어놓는 것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 글을 적을만한 상태인가'에 대해
조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연재는
그냥 일기가 아니라 '꿈 일기', 또한 꿈들은
일반 꿈이 아닌 '영적인 꿈'이기 때문이다.

오늘 나의 영적인 상태는 '안습'이다.
다행히 오전에 정신은 차렸으나, 신 앞에서
그다지 떳떳하지 못한 날이 바로 오늘이다.

글을 적기 전 먼저, 신의 자비를 구한다.

내가 신께, 생각으로도 순종하지 않는다면
이런 꿈이나 글은 아무런 소용도 없기 때문.

영적인 세계를 조금 더 보고 체험했다 하여
그 싸움이 무조건 더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방해가 많고, 힘은 순종에서 나온다.

지는 자가 이기고 이기는 자가 진다는 것은,
내가 날 포기하고 하나님께 순종-항복할 때
그가 나의 '주'가 되어 '참 생명'이 되는 기적.

서론이 길었다. 이제 꿈 내용 직전 설명이다.


차 대신 피아노


한국에 왔을 때, 차 대신(?) 피아노를 구입했다.

평생 차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평생 피아노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쌌다.



지나가기 어려운 2m


방이 작아서 피아노가 절반을 차지했다. 악기 중

피아노를 가장 사랑하는 내가, 야마하 답지 않은

음색을 가진 이 피아노를 가지게 되면 피아노를

많이 칠 줄 알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유학시절

이 악기의 1/10가격도 되지 않던 중고 업라이트

연습할 때보다 피아노 치기가 어려웠다. 정확히,

피아노 의자에 앉기가 어려웠다. 일단 앉는다면

치긴 칠 텐데, 그리고 난 분명 피아노를 좋아하고

이 피아노는 나의 것인데, 또한 쳐야만 하는데도

대체 왜인지 점점 피아노를 치기도, 앞에 앉기도

S와 N극처럼 멀어지고 어려워만 지는 것이었다.


'아, 자꾸 왜 이러지?'


'후, 계속 이렇게 오래 안 치면 손 다 굳는데...'


'손 다 굳었네.. 풀려면 한참 걸리겠네...'


'아, 모르겠다. 컴퓨터랑 2미터 거리인데 악보만

 하고 오늘도 도저히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없네.'


이런 날들이 수 개월 이상 지나갔다.


이제는 꿈 이야기이다. 꿈은 장면 한 장이었다.



내 연습실


피아노 방이었다.

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데

그랜드 피아노 곡선의 패인 자리, 즉 남는 공간에

귀신이 의자를 놓고 떡 하니 앉아 있었다.


앉은 자세임에도 몸집이 크고 무거운 존재인 것이

한눈에 보였다. 머리는 길었고 성별이란 존재하지

않으나 굳이 비슷한 것을 찾는다면 남자일 것이다.


나와 마주본 각도는 아니었고, 벽을 본 상태로, 옆

모습이 보여졌지만 나와의 거리는 불과 1미터였고

그 귀신 때문에 내가 피아노를 편히 칠 수 없었다.



꿈을 꾸고 나니


그간 이해 가지 않던 것이 명확해졌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피아노까지 가기가 힘들고, 앉기도

힘들고, 뭔가가 나를 그리로 가지 못하게 하는듯이,

컴퓨터 의자에서 피아노 의자로 가려면 그 귀신이

앉아있던 자리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나에게 이것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아있다.



지식보다 행동이다


다른 모든 것들도 그러하듯, 영적인 일도 이와 같다.

귀신을 어떻게 쫓아낼 지 안다고 쫓겨나가지 않는다.

내가, 귀신이 떠날 수 밖에 없게 행동을 해야 나간다.


그 행동은 그저 "나가라!"고 하는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함에 있다. 거기에서 힘이 나온다.


알지만, '온전한' 순종보다 '합리화'하는 날이 쌓이며

방에 귀신용 의자가 생긴 것이다. 적고보니 끔찍하다.

내가 만든 의자였구나...



피아노를 쳐야겠다


내가 피아노를 치면 칠수록 귀신에게 '가시방석'이

된다. 귀신을 쫓아내는 데에 목적이 있지는 않으나

신이 주신 음악과 삶에 충실할 때, 귀신은 떠난다.


나는 매일 매순간, 전능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하는 완전한 법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거하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그 일을 행하는 자니 이 사람은
자기가 행하는 일에서 복을 받으리라.
James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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