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을 연주한 외국인

일본, 폴란드, 러시아

by Essie

1. Be Thou My Vision 일본

Makio Horie, Cello / 이현성, 편곡&오르간 /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Small Hall "말리 홀"

https://youtube.com/shorts/87ywzMf8UJ4?feature=share

Makio Horie & Hyunsung Lee

음악만 올리면 쇼츠와 다를 바 없으니 나는 이곳에 에피소드를 풀어본다. 이 날에 대한 글 12월 31일 읽기

오래전, 모스크바 음악원(차이콥스키 컨서바토리)에서 전공은 작곡, 부전공은 피아노였으나 오랜 로망이었던 오르간을 잠시 배울 수 있었다. 교수님 눈에 들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자, 내가 오늘 너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지 잘 봐" 학교에 뛰어가던 나에게 그렇게 신이 두 번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정신없이 도착한 나는 그날 오르간 교수님을 만났고, 교수님은 내 편곡에 반했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 교수님에 관한 글 읽기

좌: 마키오가 만든 오리 / 우: 내가 만든 오리

내가 매우 예뻐하던(?) 이 첼리스트는 어떤 악보를 줘도, 설명 한 마디 하지 않아도, 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만' 연주하던 친구였다. 내가 생각한 대로 상대가 알아서 착착 행동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쩌면 기적 아닐까.

당시에는 그저 실력이 좋아 일본 거대 기업의 후원을 받고 내로라 하는 교수님 제자로 유학 온 '함께 음악하기 매우 편안한' 연주자였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기적이더라.


2. Solo for Bassoon 폴란드

Katia Zdybel, Bassoon /이현성, 작곡 /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Grand Hall "볼쇼이 홀"

이 곡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14초짜리 쇼츠이니까. 경쟁을 본능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내가 유학시절 유일하게 참가해 본 작곡 국제콩쿨이었다. 몇 등 했냐고? 1등 곡만 연주 된다. 아래 홀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쿨이 열릴 때 3차 파이널이 진행되는 곳이다. (피아노는 늘 이 홀에서 했다. 적어도 내가 살 동안에는)

https://youtube.com/shorts/0j58h-EbvHU?feature=share

Katia Zdybel, Bassoon

이 에피소드는 매우 다이내믹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번도 글을 적지 않았다. 봄이 오기 전에 적어야겠다.

아주 웃길 거다. 참고로 내 악보는 신기하게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아카이브에 소장되어 있다. 그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참가했고, 그 결과를 얻었기에 만족했다. (상금은 얼마 안 됐다. 받은 루블을 생활비에 썼지.)

전세계에서 연주자들이 왔는데 1차에 붙어 2차로 올라온 모든 연주를 듣진 못했지만, 참가자들이 다 내 곡을 한 번씩 하니까 흥미롭게 들어봤는데 다들 제각각이더라. 게다가 악보에 "Ad libitum"(임의대로)을 적었으니 오죽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한 그대로 연주한 사람이 있었다. 그게 바로 아래의 "카티아"였다.

재밌는 건, 세계 각국의 심사위원들도 나와 생각이 같았는지, 아니, 다른 곡도 물론 점수가 높았으니, 즉 음악성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임의대로" 연주하라는 글자만 써 있는 악보에도 작곡가의 의도를 잘 읽어내 연주하므로 수상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전체 2등도 하고, 내 곡에 대한 베스트 연주상도 받았다. 대머리 커티스 음악원 연주자보다 내 곡을 잘 했다.ㅋㅋ

콩쿨 시상식 후 리셉션에서 Katia와 함께

제목이 왜 "Solo for Bassoon"인 줄 아는가? 내가 솔로라서?(이런 망언을ㅎㅎ) 아니고, 콩쿨에 안 내려다 마감 당일 문 닫기 직전에 내느라 제목 지을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같다 붙인 제목이었다. 혼자 하니까 Solo... 옛날 사람들이 자녀 이름을 그런 식으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비단 남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ㅎㅎ


3. O Come, O Come, Emmanuel 러시아

안톤 강, 비올라 / 이현성, 편곡&피아노 / 분당만나교회

https://youtu.be/1x2M2dSdyP0?si=HfC7He55_QwaONt2

Anton Kang, Viola

엄마가 좋아했던 곡. 나도 좋아하는 곡. 친구들도 좋아하는 곡. 아마, 당신도.. 알고보면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멜로디.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나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 노래를, 나는 울며 편곡했다.

엄마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살아있었다면 반드시 직접 와서 들었을 텐데. 엄마가 떠난 뒤에야 나는 이 곡을 그녀에게 헌정하였다. 막상 음악을 만든 시간은 금방이었지만, 만들기까지의 심적 고통은 살던 중 '가장' 컸다.

나는 약 한 달여간, 이 편곡과 연주 일정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에까지도 마음속으로 포기를 70번도 더 했을 것이다. 연주 특히 교회에 한 약속은 절대 물리지 않기에 평소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는 내가 말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한참이나 되었지만 나는 오늘도 이 곡을 듣는다. 솔직히 머리카락 때문에(간지러워서)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나의 '사무침'은 여전히 들어있다.

작년, 추운 12월 언젠가의 리허설

나는 '사무침'을 아는 연주자가 좋다.

원래 바이올린보다 비올라 연주가 실제로 좀 더 까다롭고 어려운데(악기 특성), 안톤 강은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 더블 베이스 연주를 다 능수능란히 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울시향'으로 실력은 검증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진심으로 깊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음악인 중 하나. 물론, '사무침'을 아는.


다음편은 한국인 시리즈를 해야겠다. 쇼츠 최근이 처음인데다 유투브도 몇 년 만인 듯. 음악은 많은데 내 삶처럼, 집처럼, 정리할 것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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