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가 25세 근육을 가질 수 있다고?

한 달 만에 펼친 요가 매트 위에서 깨달은 것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한 달 넘게 스트레칭을 안 했습니다.

오늘 아침, 구석에 먼지 쌓인 요가 매트를 다시 펼쳤습니다. '에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요. 그런데 신기한 게, 산을 몇 번 다녀온 후부터 제 몸이 달라진 게 느껴졌습니다.


산을 다니니 근육이 '나 살아있네?' 하고 반응해요

등산을 좋아해서 요즘 산을 자주 다녀왔습니다.

확실히 안 다니는 것과 다니는 것, 몸과 근육의 반응이 확실히 다릅니다. 뭔가 제 몸이 '아, 나 살아있네?' 하고 반응하는 게 느껴져요.

일주일에 남편이랑 최소 두 번, 아이들이랑 한 번.

요즘 저희 가족 루틴입니다. 밖에서 자꾸 걷고, 숨 쉬고, 햇빛 받고 하다 보면 건강해지겠지 싶었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이 이 '느낌'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줬습니다.


남혁우 박사의 《달리기의 모든 것》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달리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책입니다.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달리기와 유산소 운동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바로 '텔로미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70대인데 근육은 25세라고요?

2018년 미국 볼주립대학교 스콧 트랩 박사 연구팀이 50년 이상 정기적으로 달리기와 사이클을 해온 70대 남녀의 심장과 근골격계 상태를 조사했습니다.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심혈관계 건강 상태는 30년이나 젊은 40대 전후의 심혈관계와 비슷한 건강 상태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근육의 조직 검사 결과가 25세의 젊은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겁니다.

70대가요. 25세 근육을요.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텔로미어, 당신의 세포 나이를 결정하는 것

인간의 노화를 관장하는 요소는 세포핵 염색체에 있는 '텔로미어Telomere'입니다.

텔로미어는 6개(인간의 경우)의 특이적인 DNA 염기서열이 수백에서 수천 번 반복되며, 염색체 말단에 위치하고 있어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가 분해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문제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 말단으로부터 50~200개의 텔로미어 DNA 뉴클레오타이드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 세포가 노화된다는 뜻입니다.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는 효소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과정을 막아주는 항노화 효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간단히 정리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길어지고 텔로머레이스의 활성이 증가하면 건강한 노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독일 연구팀이 6개월간 실험한 결과

독일 라이프치히대 울리히 라우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 가지 유형의 운동이 텔로미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젊고 건강하지만 활동적이지 않았던 성인 26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지구력 강화 운동 (달리기)

고강도 운동 (고강도와 저강도를 반복하는 인터벌 운동)

저항 운동 (기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


일주일에 3번, 45분씩 6개월간 시행하게 한 후, 참가자의 백혈구세포의 염색체에서 텔로미어 길이와 텔로미어 활성도를 관찰했습니다.


연구 결과:

지구력 강화 운동(달리기)과 고강도 운동을 받은 참가자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증가했고, 텔로머레이스의 활성은 2~3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저항 운동만 한 그룹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되었습니다.


최신 메타분석: 6개월 이상 운동하면 텔로미어가 길어진다

메타분석 결과, 6개월 이상의 운동은 텔로미어 길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유산소 운동이 다른 유형의 운동보다 텔로미어 길이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은 저항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과 같은 다른 유형의 운동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짧게라도 꾸준히 뛰면 효과 있어요

또한 평균 40km 이상을 2년 이상 달린 사람들의 텔로미어 길이가 달리지 않는 사람들보다 길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짧은 거리라도 매주 달리기를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달리기와 등산은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주고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매주 산 다니는 것, 헛된 게 아니었던 거죠.


뇌도 45세부터 늙는다는데, 운동이 막아줘요

우리 뇌는 45세부터 늙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0대인 저한테는 뼈아픈 이야기인데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심신의 붕괴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운동이 이걸 막아줍니다.


아침에 전력 질주한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

미국 시카고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에는 필 롤러라는 체육교사가 제안한 0교시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400m 트랙을 최대심박수의 80~90%에 가깝게 전력 질주를 시키고 본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격렬한 운동으로 학생들의 두뇌를 깨운 후 교실로 들여보낸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읽기 능력과 문장 이해력에 커다란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네이퍼빌 203학군의 초·중·고교로 확대되었고, 1999년 38개국 23만 명이 참가하는 팀스TIMSS 테스트에서 네이퍼빌 학생들이 과학에서 1등, 수학에서는 6등을 차지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운동이 뇌를 키운다

기억이 증가하고 뇌 활동이 왕성해진다는 것은 뇌와 같은 신경조직의 기본 단위인 뉴런 간의 연결이 치밀해지고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운동으로 분비가 촉진되는 신경세포 성장인자는 이러한 신경조직(뉴런)을 자라나게 하고 단단히 결속시킵니다. 이들은 신체기능을 강화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세포의 소멸을 늦추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확장되고 강화된 뇌조직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용이합니다.


최대심박수의 70~80% 강도로 운동하세요

책에서는 최대심박수의 70~80% 강도로 운동하라고 권합니다.

여기서 최대심박수란 운동 강도가 높아져도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심박수를 말합니다. 천천히 뛰다가 전력을 다해 달려도 더는 올라가지 않는 심박수 마지노선입니다.

최대심박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 20세 이후부터 일 년에 1회 정도 감소합니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최대심박수는 더디게 감소하며 수년간 유지됩니다.


한 달 만에 다시 펼친 매트 위에서

오늘 아침, 한 달 만에 요가 매트를 펼치면서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게 늦은 건 아니구나.'

산을 몇 번 다녀온 제 몸은 이미 달라졌고, 제 세포 안의 텔로미어도 아마 조금씩 길어지고 있을 겁니다.

일주일에 남편이랑 최소 두 번, 아이들이랑 한 번.

밖에서 자꾸 걷고, 숨 쉬고, 햇빛 받고 하다 보면 건강해집니다.

과학이 증명했으니까요.

노화를 막기 위해 항노화 음식과 스킨 케어에만 몰두할 이유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리뷰책: 남혁우, 《달리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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