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잘못에 선 사람

빛의 뿌리 #02 인정

by 이별난

9화

잘못에 선 사람

산타가 오기 전 뜻밖의 선물을 받기 위해 양말을 매달아 놓는다.

"엄마, 아빠 위해 뭐 도와드릴 거야?"

나의 딸도 이 질문을 누군가에게 받고 있을지 모른다. 결혼 6년 만에 가지게 되었던 딸을 못 본 지 6년째에 접어들었다. 의식을 잃었던 날 눈앞에 보인 딸의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다.

난 딸을 설마에 서게 만들었다. 그 어떤 말로도 합리화되지 않을 내 죄를 매달아 놓는다. -잘못에 서서-


12월 수업


받고 싶은 선물의 상자 만들기, 루돌프와 썰매 만들기, 트리 만들기로 크리스마스 한 곳을 향해 달리고 마지막 주에 한 해를 정리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1주 차 선물


이미 11월 마지막 주에 착한 일들을 했다. '착한 일을 해야 선물을 받는다'는 조건을 충족했으니 모두 선물을 받으면 된다.


상황 1

각자가 받고 싶은 선물을 자유롭게 만들기 한다. 제시된 기본 모양조차 없다.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만들기로 표현해야 한다.

다 좋아할 거라 생각했지만 몇몇 아이들은 막막해하고 있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아이 혼자 힘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추상적일 수 있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쉽지만, 누군가에게는 꽤, 상당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 상황을 만든 결정적 원인은 수업난도 가 높았다. 이후 아이들에게 구체화되어 있는 주제들 한해서만 자유조립을 했다(예: 나만의 자동차, 나만의 비행기 등). 12월 1주 차 수업은 선물이 아닌 상자 만들기로 수정했고 아이의 생각은 대화로 주고받으며 끌어냈다.


상황 2

선물을 담을 수 있는 상자를 시간 안에 만든다. 누구나 같은 시간을 사용한다. 한 아이가 큰 상자를 만들려 한다. 만들기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고 완성을 못할 상황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보인다. 난 수업 진행을 어려워하고 있다.

조급함에 휩싸여 아이들을 급하게 도와주었다. 그 결과 교육적으로 중요한 정리시간과 수업 마무리 인사시간을 줄였다. 수업을 마친 후, 교구를 마저 정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나왔다. 다음 수업 일정이 더욱 촉박해졌다. 운전을 하면서 방지턱을 무시하고, 속도는 점점 빨라지니 사고의 가능성을 높였다. 난 질문한다. '이 모든 상황이 이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 안 했을까?' 대답이 자신 없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수업은 내가 진행했다. 그 책임이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더라면, 아이에게 미안함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력 좋은 선생님이었으면 더 좋은 수업을 진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에 넘치는 수업을 진행했다. 내가 직접 작품을 완성시켰던 행동이 과연 '아이를 위했던 것일까? 나를 위했던 것일까?'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데 그때와 지금 결괏값이 다르다. 지금에 와서야 나를 위했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빛의 뿌리 #02 모든 것의 시작은 나였음을 인정한다


가벼운 책임감마저도 지기 싫어했고, 많은 날을 환경과 남 탓을 해왔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였다. 자유는 쉽게 다룰 어휘가 아니었는데 쉽게 다뤘다. 자유라는 엄청난 가치를 담기에 내 책임감의 크기는 너무나도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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