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야. 이 가격에 골방붙어있는 곳 구하기 힘들어. 원강아, 이래야 하우스도 같이 운영할 수 있어. 형, 믿어봐. 당구, 도박 좋아하는 사람들 다 오게 돼 있어. 아직 통화 안 된 사람들 중에 도중이 형이랑 호식이 남았지? 형한테는 내가 전화할게. 너는 호식이 계속 전화해 봐. 그런데 호식이랑 너 친구 아니야? 뭐가 그렇게 연락이 안돼?”
“걔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요. 맘먹고 잠수 타면 그 좋아하는 게임, 당구, 도박, 술 다 끊어버려. 일에 미쳐 산다고 듣기는 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전화해 볼게요.”
(따르릉, 따르릉.)
6개월 전 즈음에 신우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그는 내가 당구를 한창 칠 때 그곳에서 일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서로 누군지 한 번에 알아보고 놀랐다.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서 놀았었는데, 특히 자훈이를 많이 따르던 동생이었다.
“이게 몇 년 만이야?”
“잘 지내셨죠? 저 당구장 오픈해요.예전 멤버들 다 전화 돌리고 있는데 너무 반갑네요.”
“당구장 어딘데?”
“(위치 설명을 하고) 형도 언제 한 번 놀러 오세요.”
“나중에 한 번 갈게. 개업 축하해.”
한 달 전
찾아가고 싶기는 했지만 차일피일 미뤘다. 그런데 어제 잠수 타고 있던 호식이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형 잘 지냈어요?”
“이게 누구야. 왜 이리 연락이 안 됐어? 잘 지냈지?”
“그럼요. 일만 죽어라 했어요. 지안이는 잘 크죠? 언제 술 한 잔 해요”
“좋지. 일단 다다음달 돼야 할 거 같아.”
현재
법원을 다녀온 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결혼 전 2천 정도의 빚이 과연 억대가 될 수 있나? 맞벌이를 하면서 지안이 없는 6년 동안 형편이 왜? 안 폈을까? 왜? 가계부를 한 달이라도 써보려고 할 때 극구 반대했을까? 나는 왜? 이제 와서 이런 것들이 궁금할까? 왜? 퍼즐 조각이 빠져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걸까? 날이 갈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기만 했다. 머릿속에 물음들이 벽돌처럼 쌓여 갔다.
'머리가 깨지듯 술에 취하면, 이 벽돌같이 단단한 물음들이 깨져 흩어질까? 이의문의 집이 무너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