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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Oct 23. 2024

19화 금똥

누구나 먹고 싸고, 채우고 비워낸다.

금똥


찾아간 당구장에는 몇 년 만에 만나는 신우, 원강이가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원강아 형이 당구장 볼 테니까 먹고 와."


"진짜요? 감사해요. 얼른 먹고 올게요."


신우와 원강이가 동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상 보니 원강이는 바지사장이었다. 신우의 주업은 따로 있었다.


원강이가 소지품을 챙기며  말한다.


“근데 얜 뭔 화장실에 1시간이나 있어?”


그때 화장실에서 누가 소리를 치면서 달려 나왔다. 종신이었다. 순간 몇 년 전 당구장 때 일이 생생히 떠오르며 신경이 곤두섰다.


“하하하하. 원강아, 호식아, 이거 봐. 대박!”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며 호들갑을 떠는데, 화장실에서 1억 원을 따고 나왔다는 것이다. 인터넷 도박이었다. 금액에 크게 놀랐다. 반신반의하며 관심 없는 척했지만 1시간 1억은 사실이었다. 원강이가 격한 반응을 보이며 종신이와 들떠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착잡해졌다.


누구나 똥을 싼다. 먹고 싸고, 채우고 비워낸다. 욕심이 차면 비워내고, 또다시 차면 비워내고 살아왔다. 종신이가 화장실에서 똥을 싸는 동안, 인터넷 도박으로 딴 1억이 순간 금똥처럼 보였다. 나는 '도박으로 딴 돈을 금이라 착각하고, 들떠서 잡아봐야 그건 똥일 뿐이다. 심지어 그걸 먹는다면 탈이 심하게 난다'라고 생각하고 지내왔었다.


그런데 이 순간 '저 돈이 나에게 있다면?'이라며 탈이 나도 먹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 나는 똥에 금칠만 살짝만 보여도 먹고 싶어 안달 난 똥개처럼 달려들었다. 싸지른 내 인생이야말로 똥 같다고 느껴졌다. 지난 세월 내가 싼 똥이 아무 쓸모없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았다면 지금 가정에 큰 보탬이 되었을 텐데.'


“어, 도중이 형. 이게 얼마 만이에요?”


종신이가 그제야 내게 인사했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그의 모습에 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어.”


종신이는 소지품을 챙기는 호식이에게 묻는다.


“가려고?”


“어.”


원강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을 보탠다.


“요기 앞에 삼겹살 먹으러 가. 오늘 도중이 형이 쏘신대. 종신아 너도 가자.”


“오호 좋지. 오래간만에 멤버들 모여 삼겹살 좋다. 하하하. 도중이 형! 오늘 대박 터졌는데 제가 쏠게요.”


나는 문을 나가다가 돌아서서 종신이를 강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종신아, 난 너를 초대 한 적 없어. 끼지 마. 그리고 네가 사는 건 안 먹어.


일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난 신우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나왔다.


“신우야, 오자마자 분위기 미안해. 나중에 올게”


“별말씀을 다하세요. 네, 형님 들어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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