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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Sep 04. 2024

썸남 썸녀의 데이트

#01. '씨~익' 입꼬리가 올라간다

썸남은 오늘 그녀에게 고백하려고 한다. 일단 음식으로 썸녀의 기분을 좋게 하고 시작하기로 했다. 특별한 날에만 가던 소고기 맛집에 그녀를 데려갔다. 이 집은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맛있다. 메뉴를 미리 말해주지 않고, 놀라게 해 주겠다는 기대감을 남겼다.


"진짜 맛있는 집이니까, 놀라지 마세요. 하하하."


드디어 도착.


...???


어라, 가게가 없어졌다. 몇 년 만에 오긴 했지만, 이런 상황은 상상도 못 했다. 다른 맛집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을 꺼내려는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어머, 갈치조림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며칠 전부터 정말 먹고 싶었는데."


소고기 맛집 옆 골목에 있던 갈치조림집이 보였다. 몇 번이나 왔던 소고기 맛집 근처인데, 이 갈치조림집은 전혀 몰랐다. 갑자기 미소가 지어지는 그는 차를 다시 타려다 멈칫했다.


"아, 저번에 얼핏 들었던 것 같아요." 라며 처음 가는 골목을 걸어가며 웃는다. ‘씨~익’


이 상황, 무언가 얻어걸린 기분이다.


'소고기 먹으러 몇 번을 왔었는데, 왜 이 집을 못 봤을까?' 궁금하지만 물어보면 안된다. 이곳이 의도한 맛집이라며 그녀를 안내해야 한다. 사장님의 ‘처음 오셨나봐요?’라는 질문을 받지 않으려고, 식당의 구조와 화장실 위치를 파악하고, 손님들의 먹는 모습을 빠르게 살펴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 앞에서 자주 왔던 맛집처럼 익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게 사장님이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며 말했다.


"또 오셨네요."


...???


이건 또 뭐지? 그냥 입꼬리가 쭉쭉 올라간다. ‘씨~~~~ 익’


그날 그는 계획했던 고백을 하지 못했지만, 일기장에 그날의 일을 기록하며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OOOO년 O월 O일

그녀와 가게 사장님이 나의 당황한 모습을 알고 배려해주었던 건 아닐까? 운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나의 작은 노력이 만들어내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꼭 꼭 꼭 예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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