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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Sep 05. 2024

담근 주: 한 잔, 두 잔 따르다

#02. '씨~익' 웃어보아요

어느 날,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형님이 관리자와 마찰이 있은 후, 축 처져있는 듯 보였다. 이럴 때,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효과가 크다. 형님은 자연, 산, 식물에 이야기를 좋아한다. 형님 댁에 식물 담근 주가 많다는 배경지식도 있었다.


"댁에 있는 담근 주 제일 오래된 게 몇 년 되었어요?"


나는 담근 주에 대한 질문을 한 잔 따르고, 형님은 대답을 한 잔 따르며 담근 주 이야기에 취하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했다. 형님도 흠뻑 취해가는 듯했다. 짜증 내던 동공이 풀리며 마스트 안에서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그 술 맛있어요?"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르지"


???


뭐지? 이 속담 뭔가 이상하다. 뭔가 낯설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익숙한 듯 어색하다.


.......


헐, 기억났다. 이게 생각을 해야 되는 거였어? 형님한테 낚인 듯한 기분에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와 이 형님 막 던지시네... 하나가 죽어야 되는 걸 막 셋을 죽이시네"


형님의 미소가 더 짙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툭 던진 말에 내가 깊게 생각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나 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 뱉었는데, 상대가 엄청 진지해질 때 재미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난 아직 형님의 생각을 확실히 모른다. 그 말을 한 형님 생각엔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이에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형님은 '씨~익' 웃는다.

.

.

.

???????


이건 또 뭐지. 풀리지 않는 물음표가 쌓일수록 머리가 복잡해진다. 정신 차려야 한다. 형님 기분 풀려다가 내가 취한 건인가. 이제 웃기까지 하는 저 '씨~익'에 빨려 들어간다.


나의 질문에 형님은 대답했다. "둘이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귀신도 죽는 거지" 난 아하! 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마주쳤을 때 짜릿함을 느끼는데, 이런 형님의 해석은 나를 '찌~릿'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형님의 기분은 좋아졌다, 인간관계에 또 오게 될 짜증이다. 그것에 묶이면 하루가 지친다. 의식을 현재로 돌리는 데 가끔은 막 말 대잔치로 '씨~익'웃는 것이 도움을 줄 때가 있다.


이 놈의 멈추지 않는 생각이 가끔은 멈추면 좋겠는데, 난 '둘이 먹다가 셋이 죽는다의 해체와 조립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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