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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난 Sep 06. 2024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른다

#03. '씨~익' 웃으며 들어요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른다

해체


원작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의 느낌도 살려야 한다.

뭐를 먹지? 뭐를 죽이지? 일단 둘이 먹자.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셋을 죽여야 한다. 하나는 살아야 한다. 둘이 먹지만 이 공간에는 넷이 있어야 한다.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모아야 한다.


부품


이웃사촌


초등학교 때, 개미굴 같던 동네에서는 옆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조차 알고 지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아파트 앞 집에 사시는 분 얼굴도 모른다. 이건 누가 죽어나가도 모를 지경이다.


실종문자


어느 순간부터, 재난 문자 말고도 실종 문자가 참 많이 온다. 그러나 꼼꼼히 읽은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갑자기 삭막해진다. 이건 주변에 누가 사라져도 모를 지경이다.


공감


많은 시간 동안 위로만 받고 싶어 했지 상대를 위로할 생각은 부족했다. 상대가 힘들어 다가오면 부담으로 느끼기까지 했다. 상대의 마음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건 다가오는 상대의 마음을 내가 잘라버린 것 같다.


외로움


외로웠다. 그래도 항상 나를 응원해 주는 내 안의 내가 심장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힘내라고, 넌 할 수 있다고" 소리치는 내 안의 소리를 차단하며 귀를 닫고 살았다.


마음과 그림자


마음

늘 붙어 있을 것 같다가

어느새 훌훌 날아가 버린다


그림자

빛이 오면

늘 붙어 있다가도

어둠이 오면

어느새 내 곁을 떠난다


불을 끄고 밥을 먹지는 않는다. 그래 그림자가 둘이 보인다. 나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이 밥상에 있다. 됐다. 이제 둘이 먹는데 넷이 보인다.


조립


밥상


지난날, 밥상에서 가족을 바라본 적이 많이 없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같이 먹는 시간은 줄기 시작했다. 놓는 밥그릇, 수저가 줄었다. 채워지지 않는 빈 의자에 먼지는 쌓여갔다. 그 먼지를 털고 어머니의 김칫국을 두고 앉는다. 여전히, 단 둘이 식탁에 앉아있다. 오늘은 그동안 죽여왔던 당신의 눈, 마음과 나를 다시 살린다.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고, 마음을 더 어루만지고, 내 심장 위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며 난 생각재조합한다.


확장

둘이 먹어도 넷이 살아있다는 걸 안다

넷 뿐이 아니다. 어머니의 마음에 담긴 아버지, 이모, 내가 담아야 할 당신, 소중한 사람들을 이 밥상에 다 살릴 수 있다. 둘이 먹어도 많은 사람들과 먹을 수 있다. 됐다. 맛있게 먹을 건 사랑이었다.


#01

요기도 없소 고기도 없소

팡질팡 길처럼 나를 찾아 헤매다


#02

이 세상이라는 밥상에 앉아

사랑을 가득 담근 주'씨~익'을 외운다


#03

'씨~익' 웃으며 고개를 들어 

당신의 눈을 바라보아요

'씨~익'웃으며 수저를 들어

당신의 마음을 들어요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사랑을 바라보니

모두도 '씨~익' 웃으며 나를 본다


감사합니다.


3부작 글은 끝났지만 '씨~익'이  계속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O^


다음날


하루는 계속된다


그리고 나도 소위 얻어걸리는 기분을 느낄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면 둘이 죽어도 하나가 사는 걸 아는 건 무슨 뜻이에요?"

막 뱉어봤다. 와우. 형님은 받아주었다.

"그건 독약 타서 한 놈 뒤진 거지"

으악! 궁금해진다. 난 형님의 생각이 또 궁금해진다.


"왜 죽인 건데요?"


"한 이 기분 나쁘게 해서 독약 탄 거지. 그러니 너도 잘해" (씨~익)


이건 나를 겨냥한 거 같다. 섬뜩한 전개이다. 덜덜덜. 그러나 '씨~익'의 힘은 강하다. 그냥 기분을 좋게 한다. 뒤돌아 '형님 다치지 마시고 건강하세요.'를 한 잔 따라놓고 부서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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