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_씨, 날

결석 게임 31_줄

by 이별난

양심과 우산


양심

양심에 구멍이 심하게 뚫리면,

죽음은 어김없이 그곳을 통과하려 한다.


어느 날, 기나고 긴 잠에서 잠시 깨어나

내 양심을 깊숙이 바라보았다.


내가 끝도 없는 곳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


그들의 맹목적인 사랑이 그 깊숙한 곳까지 가득 심어져,

내 구멍 난 삶을 메워주고 있었다.


그 사랑의 씨앗은 지금도 계속 자라나며,

모자란 내 삶을 채워주고 있다.


우산

삶에 구멍이 심하게 뚫리면,

죽음의 비는 어김없이 그곳에 떨어져 차오른다.


어느 날, 빗물 밖으로 고개가 내밀려 숨이 들어왔을 때

의식을 차리고 하늘을 보니,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내 곁에 우산을 건네주던 그들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날,

날씨가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날씨만 보고 있었지,

비 맞고 서있던 날, 전혀 보지 못했었다.


△△ㅣ, 날

날씨에서 날 바라보기까지 그날이 시작이었다.


그날,

삶과 죽음 사이 이어진 선에 차오르던 빗물 위로

가족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히 떠올랐다.


삶---가족---죽음

나 때문에,

먹구름과 비를 피할 수 없던 가족들이 생각난다.


내 삶의 반쯤 지나고 나서야,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챙기려 하고...


씨 뿌리는 날, 날씨를 살펴보면서...

내 삶의 밭을 일구며, 나 서려한다.


삶의 밭


씨줄, 날줄

내 마음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때,

그 구멍에 타락의 씨를 뿌리고, 헛된 욕심의 날들로 메웠다.

이것들로 삶을 촘촘하게 짜내고, 그 틈에 검은 싹을 틔웠다.

결국, 내 삶에 시커먼 ■ㅏ음의 줄기가 하늘 끝까지 솟고 있었다.


ㅁ■


내가 뿌린 씨, 반복된 날, 짜온 삶의 줄

이따금씩 바람이 세차게 불면, 빗줄기는 바람을 탄다.

그 바람에, 심어 틔운 싹의 줄기도 방향이 꺾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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