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게임 32_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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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의 흔적
하얀 구름이 까매지고
이 마을에 바람이 거세게 불면
곧은 빗줄기는 바람에 쓸려 비스듬히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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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음이 그을리고
이 마음에 감정이 세차게 들이닥치면
곱던 얼굴에 파인 주름 따라 세월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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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주름의 선 모양이 인생의 내리막과 오르막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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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파인 골마다
마음의 방 한 칸은 점점 좁아지고,
들이찬 어둠은 점점 커진다.
그 사이 머물던 골방에서의
나의 얼굴을 그려본다.
얼굴의 면
두 손을 위로 뻗고, 제 잘난 맛에 만세를 외치고 있다.
눈과 코는 네모로 그려져 있는데,
콧구멍이 하나고, 눈동자가 없다.
얼굴의 형체와 턱이 없다.
소중한 이들에게 무슨 짓으로 피해 주고 있는지
알 턱도 없다.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나서야,
그들 앞에 서있던 내 얼굴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보일 것 같지 않던 삶과 마음의 골 따라 선을 그어보니,
그건 내가 만든 위태롭게 기울던 삶의 지형이었다.
삶과 마음의 기울기
내리막
나
태어나
□ 하얀 마음에
▤ 먹구름이 흐르면
▥ 빗줄기가 내려온다.
▦ 구멍 뚫린 우산을 펴보지만
▧ 강한 바람에 비는 가슴에 닿는다.
▨ 젖은 맘을 감추려, 뒤돌아 등을 보인다.
▩ 젖은 등에 숨은 무책임을 탓하는 시선을 피해
■ 난 골방에 숨어들어 불을 끄고 어둔 구석에 앉는다.
마음에 뼈마디가 있다면,
이 반쪽 산의 골격이 내 삶의 절반에 척추처럼 박혀 있었다.
그렇다 해도,
버티며 성실히 살았다면 튼튼히 서 있을 수 있다.
지반이 약하더라도,
다지고 매만질 기회의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난 시간을 잘못된 곳에 올인했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뿌리는 죄다 썩고 있었다.
결국, 내 마음의 깊은 골 중 하나.
무책임이 살갗을 뚫고 그 날카로운 끝을 드러냈다.
튀어나온 뼈를 보지도 못하니 뽑아낼 수도 없다.
보여도 예전 모습 그대로 돌려놓을 수가 없다.
이게 그냥 내 모양이고,
이게 내가 걸었던 반쪽 산의 내리막이다.
이제야 나머지 반쪽 오르막을 그려 붙여서
나만의 인생 산 하나 만들고 싶은데,
오르막은 오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선조차 희미하게 그려진다.
오르막
내리막의 높이와 모양에 맞추지 않으면
이 또한, 반쪽짜리 산이 될 것만 같다.
두 선을 이어 붙이기 위해서
반쪽 내리막을 계속 바라보며 뿌리를 찾고,
반쪽 오르막에 뿌릴 씨앗을 상상하며 그린다.
세상이 그대로였듯이,
뿌린 씨앗도 이 내리막을 따라 그대로 심어져 있다.
주로 캄캄한 곳에 막 뿌리고 흘리며 다녀서 잘 안 보인다.
세월의 특정 골에 심어놓은 감정과 생각의 씨앗은
무의식에 잠겨있다가 언젠가 불현듯 싹을 틔울지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씨앗을 항상 찾게 된다.
단 한 개라도 싹터 있다면 찾아야 한다.
자라난 줄기가
또 소중한 이들의 목을 휘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모양을 넣고 선을 그어 만든
나만의 지도 한 장이 절실했다.
헛디디고,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쪽으로 가고, 그쪽으로 가보는 것뿐이다.
그러면 혹시,
저쪽에서는 못 봤던 걸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곳, 그곳, 저곳
내게 남은 시간이
이 비처럼 내려와 떨어지고 있다.
그 빗물에 발밑이 적셔지고 있었다.
저 하늘에 바람은 다시금 일 것이다.
내일은 더 숨 막힐 듯한 구속과 억압을 느낄지도 모르고,
오늘이 내가 바라보는 마지막 날씨일 수도 있다.
내게 불었던 바람과 내가 가진 바람을 바라보면,
내 삶의 기울기와 방향을 꺾을 수 있다.
이 삶의 주름에 인생의 산이 만들어진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는 마주하기 싫었지만,
아직도 집중하면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그 까만 방에 다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