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ㅁ■_면

결석 게임 32_지도

by 이별난

얼굴에 면이 드러나고,

그 면 위로 삶의 지도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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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기

주름의 흔적


ㅁ■

하얀 구름이 까매지고

이 마을에 바람이 거세게 불면

곧은 빗줄기는 바람에 쓸려 비스듬히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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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음이 그을리고

이 마음에 감정이 세차게 들이닥치면

곱던 얼굴에 파인 주름 따라 세월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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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주름의 선 모양이 인생의 내리막과 오르막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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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파인 골마다

마음의 방 한 칸은 점점 좁아지고,

들이찬 어둠은 점점 커진다.

ㅁ■


그 사이 머물던 골방에서의

나의 얼굴을 그려본다.


윤곽

얼굴의 면


\□ㅁ■/

두 손을 위로 뻗고, 제 잘난 맛에 만세를 외치고 있다.

눈과 코는 네모로 그려져 있는데,

콧구멍이 하나고, 눈동자가 없다.

얼굴의 형체와 턱이 없다.


소중한 이들에게 무슨 짓으로 피해 주고 있는지

알 턱도 없다.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나서야,

그들 앞에 서있던 내 얼굴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보일 것 같지 않던 삶과 마음의 골 따라 선을 그어보니,


그건 내가 만든 위태롭게 기울던 삶의 지형이었다.


지형

삶과 마음의 기울기


내리막


태어나

□ 하얀 마음에

▤ 먹구름이 흐르면

▥ 빗줄기가 내려온다.

▦ 구멍 뚫린 우산을 펴보지만

▧ 강한 바람에 비는 가슴에 닿는다.

▨ 젖은 맘을 감추려, 뒤돌아 등을 보인다.

젖은 등에 숨은 무책임을 탓하는 시선을 피해

■ 난 골방에 숨어들어 불을 끄고 어둔 구석에 앉는다.


마음에 뼈마디가 있다면,

이 반쪽 산의 골격이 내 삶의 절반에 척추처럼 박혀 있었다.


그렇다 해도,

버티며 성실히 살았다면 튼튼히 서 있을 수 있다.


지반이 약하더라도,

다지고 매만질 기회의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난 시간을 잘못된 곳에 올인했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뿌리는 죄다 썩고 있었다.


결국, 내 마음의 깊은 골 중 하나.


무책임이 살갗을 뚫고 그 날카로운 끝을 드러냈다.


튀어나온 뼈를 보지도 못하니 뽑아낼 수도 없다.

보여도 예전 모습 그대로 돌려놓을 수가 없다.


이게 그냥 내 모양이고,

이게 내가 걸었던 반쪽 산의 내리막이다.


이제야 나머지 반쪽 오르막을 그려 붙여서

나만의 인생 산 하나 만들고 싶은데,

오르막은 오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선조차 희미하게 그려진다.


오르막


내리막의 높이와 모양에 맞추지 않으면

또한, 반쪽짜리 산이 될 것만 같다.


두 선을 이어 붙이기 위해서

반쪽 내리막을 계속 바라보며 뿌리를 찾고,

반쪽 오르막에 뿌릴 씨앗을 상상하며 그린다.


씨앗

세상이 그대로였듯이,

뿌린 씨앗도 이 내리막을 따라 그대로 심어져 있다.

주로 캄캄한 곳에 막 뿌리고 흘리며 다녀서 잘 안 보인다.


세월의 특정 골에 심어놓은 감정과 생각의 씨앗은

무의식에 잠겨있다가 언젠가 불현듯 싹을 틔울지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씨앗을 항상 찾게 된다.

단 한 개라도 싹터 있다면 찾아야 한다.

자라난 줄기가

또 소중한 이들의 목을 휘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모양을 넣고 선을 그어 만든

나만의 지도 한 장이 절실했다.


지도

헛디디고,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쪽으로 가고, 그쪽으로 가보는 것뿐이다.

그러면 혹시,

저쪽에서는 못 봤던 걸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목적지

이곳, 그곳, 저곳


내게 남은 시간이


이 비처럼 내려와 떨어지고 있다.

그 빗물에 발밑이 적셔지고 있었다.

저 하늘에 바람은 다시금 일 것이다.


내일은 더 숨 막힐 듯한 구속과 억압을 느낄지도 모르고,

오늘이 내가 바라보는 마지막 날씨일 수도 있다.


내게 불었던 바람과 내가 가진 바람을 바라보면,

내 삶의 기울기와 방향을 꺾을 수 있다.


이 삶의 주름에 인생의 산이 만들어진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는 마주하기 싫었지만,

아직도 집중하면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한,


그 까만 방에 다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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