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_색

결석 게임 33_3, 4.

by 이별난

어느 날 밤


4일 내내 눈이 내리고 있다.

검게 보이는 나무와 토끼풀 위에

하얀 눈이 덮여있다.


철거가 진행 중인 건물 옆을 지나는데,

구석에 흙더미가 쌓여있다.

그 위를 새하얀 눈이 덮고 있다.


그 낮은 내리막을 미끄럼 타겠다고 올라갔다.


발을 내디뎠다.


짧은 순간 필름이 끊겼다.

.

.

.


'철컹'

'으아아, 쿵쿵'


4일 내내 비가 내리더니,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골방 구석에 숨어 바닥에 누웠다.


그 밤도,

깜박거리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두려움과 공포의 이불을 덮어쓰며

눈을 감고 숫자를 셌다.


1, 2, 3, 4


첫 번째 아침이 오면,

빛은 희망처럼 방에 잠시 찾아와

날 고문한 뒤 나간다.

홀로 남아서 뒤틀리는 장을 움켜잡고 버티지만,

의식마저 흐릿해지는 순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그 밤은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두 번째 아침이 되면,

난 또 네모난 문 안으로 숨어들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 검은 방이 날 가두는 느낌이 든다.

뾰족한 모서리가 살을 뚫는 듯

심장을 찌르기 시작하면,

난 어둠을 덮고 헛된 꿈 속으로 숨고 피한다.

그리고 난 다시 이 하루에 깨어난다.


세 번째 아침이 되면,

더 이상 빛은 어둠을 뚫지 못하고 희미해져 간다.

어떻게든 나오려고 장시간 문을 찾지만,

복잡한 개미굴을 헤매다

깊은 어둠을 파며 잠이 든다.

그날 밤이 산산조각 깨어져,

더 이상 깨지 않는 잠이 들고 싶었다.


네 번째 아침이 된 오늘부터,

이제는 네모난 문을 들락날락거리지 않아도 된다.

아침이 돼도, 밤이 돼도

그곳에서 눈을 뜨고 감을 뿐.

해가 떠도, 눈을 떠도

보이는 건 칠흑 같은 네모(■)의 연속이었다.


그 길을 1, 2, 3, 4 이어 붙이니

■■■■

이런 모양이 그려진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길을 '결석로'라고 불렀다.


결석의 길


1 ■

그 어릴 적 하루

학교를 결석하기 위해,

그렇게나 뛰쳐나가고 싶기만 하던 집.

이곳을 빠져나와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결국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2 ■■

불혹이 다가오는데

난 굳이 혹을 하나 더 붙였다.

혹해서 만진 것에 빠져들수록

유혹이 따라붙고,

세상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결국 그 어디를 가도 세상 안이었다.


3(삶)

■■■


어떤 길은 계속 걷다 보면,

길 하나가 철거된 듯 무너져

앞 길이 안 보일 때가 있다.


좋은 길을 놓을 능력은 없고,

지난 어둔 길만 뚫어지게 쳐다보니

어느새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거울에 비친 눈동자에는 붉은 눈빛이 내리고 있었다.


4(死)


이 길을 걸으며 했던 잘못된 선택과 행동,

모난 날 끝에 찔려 다친 소중한 이들.


뾰족하게 솟은 나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서

남의 말을 뭉개고,

억지 합리화로 삶을 문지르면,

동그랗게 되는 줄 착각했다.


착각


이 착각으로 오늘을 덮고,

내일도 한 겹 더 덮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그 위로 비까지 떨어져 젖어드니

그 무게는 더욱더 무거워진다.


어둠 속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버티지만,

삶의 숨은 그렇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이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빗물은 눈물이 되어 나를 적신다.

.

.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리막 아래 하얀 눈 밭에 누워있었다.

숨이 턱 막혀 꼼짝도 못 하겠다.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았다.


까만 밤하늘에 하얀 눈이 내려오고,

어둔 밤에 나의 색이 떠오른다.


눈 오는 어느 날 밤


4일 내내 눈이 내렸다.

소나무 아래 걸터앉아 네잎클로버를 찾겠다고,

눈 아래 수많은 세잎클로버를 휘저었다.


어느 날 ,

바닥을 자세히 보니 눈에 피가 묻어있었다.

손바닥을 펴서 잡아 쥔 것을 봤더니,

빨간 다이아몬드 종이 카드였다.


그때 알았다.


이 피가

되지 않을 헛된 욕심에 반복되는 4일을 헤집으며,

쉼없이 움켜잡고 있던 심장에서 묻은 것이라는 것을.


5일째 아침은 그렇게 오고 눈이 그쳤다.

그와 함께 사람들의 눈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결국, 세상의 눈밖에 나 앉았던 이유는 나였다.

.

.

.

그냥 그곳은 그렇게 되는 곳이었다.


손바닥을 펴서 보니

이 빗물에 가려진 땀이 느껴진다.


"후~우~"


오늘은 여기까지만 머무르자.


'덜컹'


삶에 비와 눈이 4일 내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내릴 것이다.

.

0

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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