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전학 가야겠어요.
그렇게 야구에 진심이었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훈련반 체험을 시작한 B학교는 야구부원이 아주 많지 않았다. 6학년 학생들이 많았고 다른 학년은 학생들이 적었다. 4학년은 조금 먼저 온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셋째는 눈에 띄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말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 나는 셋째의 동의 없이 어린이집 친구를 초대한 적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만났고, 그 아이는 활달해 보였다. 셋째 주변에서 계속 놀길래 같이 집에 가서 놀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아이는 심드렁해 보였다. 같이 놀지 않았고 나는 좀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집에 가고 나서 물어봤더니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데리고 왔어?"라고 했다. 별로 안 친했고,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는 아이라면 누가 와도 잘 놀았던 다른 아이들과는 좀 달랐다. 그다음부터 나는 셋째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데, 혹은 같이 노는데 좀 더 신경을 썼다. 자세히 보니 우리 집 아이는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었고,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는 예의는 지키지만 어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이가 계속 야구부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나로서는 좀 의외였다. 모두가 야구부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받는데 혼자서 사복을 입고 같이 훈련을 받는 것은 눈에 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공을 치고 공을 줍고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5시 정도에 퇴근하면서 데리러 갔다. 야구부 훈련을 보통 7시~7시 반 정도에 마치는데 처음이니까 굳이 늦게까지 말고 조금씩 상황을 보면서 늘려 가자고 하셨다. 5시에서 5시 반, 6시, 6시 반, 그리고 7시. 스스로 시간을 늘려가던 아이는 나에게 이제 야구부 훈련이 끝나는 시각에 맞추어 데리러 오라고 했다. 집에 가서 저녁을 만들어 놓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본격적인 훈련 체험을 하면서 나는 말했다. "언제까지나 체험반만 계속할 수는 없어. 방학하기 전까지는 네가 결정을 내려야 해." 그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담 없이 체험반만 하면 나도 좋고 아이도 좋겠지만 그것은 감독님에게도, 함께 훈련을 받는 다른 야구부원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여겨졌다. (나중에 들으니 1년간 무료로 체험만 하고 그만둔 아이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훈련 체험을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3주가 지난 시점. 아이는 말했다. "엄마, 나 전학 가야겠어요." 아이 특성상 최소 한 달 반 이상은 고민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불과 3주 만에 아이는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야구에 진심이었다.
한 번 결정을 내리니 그다음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감독님은 일단 1학기를 마치는 시점에 전학 수속을 밟으면 되겠다고 하셨고 방학이 조금 빨랐던 이전 학교에서 학기를 마침과 동시에 B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야구부 진학은 다른 세 명의 친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