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아이들은 우선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이지만 정작 4학년에는 야구부원인 학생이 우리 아이를 포함해서 2명이었다. 야구를 하기 위해 전학까지 왔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웠던 것 같다. 물론 전학을 온 아이에게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되는 것도 있긴 하다. 2학기에 남자회장이 된 친구는 아주 적극적으로 우리 아이에게 잘해 주었다. 낯선 환경에서 쉽게 적응을 했던 것은 이런 아이들의 호의와 친절이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친절해도 늘어난 통학 거리에 낯선 환경, 그리고 매일같이 진행되는 훈련은 아이에게 힘들긴 했다. 두 달 정도는 집에 오면 밥을 먹을 새도 없이 쓰러져서 자다가 9시 정도 밥을 먹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시 잠을 자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니 당연히 공부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훈련을 쉬는 월요일에는 밀린 공부를 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잡아두었던 공부 습관은 유지되지 않았고 이를 5학년 때부터 다시 잡기 시작해서 거의 1년이 걸렸다. 다니던 학원은 모두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학습지 영어와 국어만 일주일에 한 번씩 월요일에 가는 것으로 대체했고 나머지는 아이 스스로 하는 방법 뿐이었다.
그러던 가을 무렵. 야구부에 새로운 친구 두 명이 전학을 와서 4명이 되었다. 그즈음 셋째와 같은 반 친구가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곧 가입했다. 이렇게 5명이 되었다. 바로 그 남자회장인 친구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그 아이는 부모님께 정말 '읍소'를 했다고 한다. 내가 야구를 이렇게 하고 싶다. 우리 반에는 야구를 하러 전학까지 온 친구가 있다. 그런데 나는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고 전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지금 야구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라고 눈물로 부모님께 호소를 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야구를 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반대하셨기 때문에 참고 있었는데 전학을 온 우리 아이를 보니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부모님은 고민하시다 감독님과 상담을 하셨고, 그렇게 체험하는 과정을 거쳐서 야구부원이 되었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목표가 분명한 이 아이는 시작은 조금 늦었을지라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쉬는 점심시간에 조금 더 훈련을 하면서도 불평 없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1년 사이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다.
그 겨울. 셋째가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2명의 친구가 체험반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 명은 4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고 또 한 명도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한다. 둘 다 야구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다른 운동을 했고 야구도 나름으로 하고 지냈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셋째가 야구를 하러 전학 갔다는 소식이 이리저리 전해지면서 한 명은 바로 전학을 확정하고, 한 명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다가 전학을 왔다. 시작은 조금 늦었지만 워낙 운동을 하고 야구를 조금씩 하던 친구들이어서 적응은 빨랐다.
그렇게 갑자기 친구들이 복작복작 늘어났고 또래 친구들이 많다는 것은 굉장한 활력이 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모두 주전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잘하고 아니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 한 명이 더 월등하게 뛰어나지도 않았고 아주 못하지도 않았다. 야구는 서로 합이 맞아야 되는 경기이지 뛰어난 타자가 있어서 홈런을 친다고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에 져도 누가 못해서 그렇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합을 맞추며 하나의 팀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