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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r 06. 2024

학년 초 학급 세우기 활동 - 약속을 정합니다

흥미진진하게 우리 반 이름을 정한 다음으로 한 일은 둘레 세우기이다. 둘레 세우기는 두 가지로 할 수 있다. 우리 반에서 없어야 할 것과 우리 반에서 있어야 할 것. 각각 따로 세울 수도 있고 함께 합칠 수도 있다. 결국은 하나로 가는 부분이라서 나는 하나로 합쳐서 진행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첫날 선생님 소개에서 우리 반 학급 가치 세 가지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감사와 사랑과 함께라는 정신. 노력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이 감. 사. 함.이라는 단어에 들어있기에 둘레 세우기는 목표 세우기와 합쳐졌다. 물론 설명할 때에도 그냥 바로 제시를 한 것은 아니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반에서 일 년간 있어야 할 세 가지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칠판에 적으면서 함께 나누었다.


우리 반의 약속을 만드는 둘레 세우기 역시 아이들이 말을 하도록 한다. "감사함이 있는 반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반이 되어야 할까요?" 아이들은 대답한다.

따돌리지 않기, 폭력을 쓰지 않기, 비속어와 욕을 쓰지 않기, 친구 몸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기,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하지 않기, 시작 1분 전에 자리에 앉기, 아침에 교과서 미리 준비해 두기 등등.

정말 필요한 것들이 모두 나왔다. 둘레 세우기의 목적은 아이들 스스로 없어야 할 것들 - 따돌림, 폭력, 수업 방해-을 찾아가고 새기는 데에 있다. 보통 수업 방해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선생님이 알려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세 가지를 모두 말했다. 어떤 선생님은 이 세 단어를 일 년 내내 칠판에 적어두고 우리 반에 없어야 할 것들이라고 강조하신다는데 나는 그 단어조차 아이들 눈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 부분은 선생님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니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핵심 가치들은 학급 약속이 된다. 많으면 마음속에서 미끄러지기 쉽다. 그리하여 두 가지 긍정적인 말로 바꾸었다. 


친구를 존중하는 말과 행동하기

수업에 집중하는 태도 가지기


이 두 가지를 일 년 동안 지키겠다는 다짐 아래 자기의 이름을 쓰고 서명을 한다. 이렇게 했다고 해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기본 약속을 처음에 가지고 가는 것과 아예 없이 가는 것과는 다르다. 일방적인 약속만 강조해서도 끝까지 가기가 힘들다. 아이들도 나도 사람이다. 서로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느껴져야 약속을 지킬 수 있고 지키려고 노력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 


큰 두 가지 약속 하에는 세부사항들을 작은 글씨로 적어 놓았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아이들 목소리가 서서히 높아진다. 이 때는 내가 교실 앞에서 "조용히 하세요."라고 해도 별 효과가 없다. 잠시 사그라들 수는 있어도 아이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모둠 사이를 살며시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속삭인다. "얘들아. 이야기는 나누어도 좋은데 소근소근이야." 그렇게 거의 모든 모둠을 방문한다. 선생님이 가까이 와서 속삭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속삭인다. 다른 모둠에서 나오는 소리가 작아지니 우리 모둠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도 작아진다. 내가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이렇게 차분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하루를 여는 시작과 하루를 닫는 마무리에 우리 반의 가치를 함께 외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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