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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y 28. 2024

착한 그 6학년 아이가 엉엉 운 이유는

"선생님! ㅈㅇ이가 막 울고 있어요!"

왜?

"2주 연속 체육 못하게 되었다고 엉엉 울어요."

.....

아직 ㅈㅇ이는 교실에 없었다.


오늘은 또 과학이 2교시 연속으로 들어 있는 날. 과학실 문을 닫기 전에 과학선생님께 경고를 듣는다면 학급 온도계를 1점 내리겠다고 슬쩍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아이들이 우리 반에서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교과시간에 교과선생님을 대하는 것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과학 선생님은 정말 천사 같으신 분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과학실 구조상 떠들고 장난치기 너무 좋은 구조라서 그런지 하여간 과학시간이 유독 산만하다는 제보를 얼마 전에 들었다. 내가 봐도 과학실은 참 놀기 좋은 곳이다. 곳곳에 신기한 자료들과 그림들이 가득하고, 가끔 실험용 가운을 입으면 색다른 기분도 든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책상이 실험을 하기 위해 4명이 얼굴을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정다운 구조이니 어찌 마음이 들뜨지 않으랴. 창 밖으로는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한가닥 보여서 더더욱 기분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나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신나게 떨고 싶을 것 같다. 하얀색으로 매끈한 대리석 상판은 얼마나 또 매력적인가 말이다.


그 과학 시간에 장난을 쳐서 혼 난 아이는 다름 아닌 ㅈㅇ였다. 아. 이렇게 초성을 쓰니까 아이들 초성이 너무 겹친다. 우리 반에만 ㅈㅇ이라는 초성을 가진 아이가 무려 세 명인데 아무튼 혼난 ㅈㅇ이는 최 씨 성을 가진 ㅈㅇ로 정말 순딩 순딩하고 하얗고 젖살이 아직 빠지지 않은 볼이 너무 귀여운 부회장이다. 처음에 ㅈㅇ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교실에서는 단 한 번도 지적을 받은 일이 없는 정말로 모범생 중의 모범생이기 때문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오늘 과학실험에서는 레이저가 나왔다. 아이들은 흥분했고 집에서 가지고 놀 수 없는 것이라서 ㅈㅇ는 조금 더 만져 보고 싶었다. 눈에 쏘면 안 되니까 책상 밑으로 조금 더 비춰보면 되겠지 생각을 하고 가지고 놀다가 혼나서 반납을 했는데 이번에는 케이스 없이 반납해서 레이저가 이리저리 오고 가는 가운데 과학 선생님은 그만 화가 나셔서 소리를 지르셨다고.... 무서웠단다..... 늘 웃으시는 그 과학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셨다니.. 아이고 뒷목이야... 나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다만 이 일은 ㅈㅇ 개인의 일이니 지난번 ㅊㅇ이 사건처럼 반 전체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볼 필요는 없었다. 쉬는 시간에 이미 ㅈㅇ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사태 파악이 끝났고 ㅈㅇ는 학급화폐로 본인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양의 벌금을 정해서 냈고 반성하며 끝났다.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 사이 교실로 들어와 저 뒷자리에서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ㅈㅇ이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구슬프게 울고 있는지 정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풍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서 체육을 못하는 것이 저리 슬프게 울 일인가 싶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지난주에 그렇게 체육을 하지 못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선생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지느라 체육을 못하리라 예상을 했던 것 같다. 한 주면 어찌 참아보겠는데 2주 연속이라니 가슴이 무너질.... 만.... 한가...??? 으음...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나는 ㅈㅇ이에게 괜찮으니 눈물을 그치라고 이야기했다. 미리 일어나지 않을 일을 예상해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오늘 체육 할 거라고. 그리고 어떻게 진행할지 수업 안내를 하자 ㅈㅇ이는 눈물을 그치고 방긋 웃었다. 음.... 운 것은 진심이었는데 사태는 너무 금방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가서 재미있게 스로우 볼을 했고 시간에 맞춰서 교실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마지막 1분까지 운동장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다음은 영어 교과 시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금 여유 있게 들어오는 것이 좋다.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는 아이들을 보니 ㅈㅇ이는 행복한 얼굴로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도대체 체육이 뭐길래.... 6학년 아이가 목놓아 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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