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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y 31. 2024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책을 읽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다가 그래서 더 큰 울림을 받아 며칠간 계속 이 책의 장면장면들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각각의 이야기가 던져주는 메시지들이 너무 커서 글 한 편에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부담에 쉽사리 오히려 펼쳐 쓸 수 없었다. 


가난의 배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가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로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용이 되어도 개천이라는 배경이 갑자기 강이나 바다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가난한 부모가 선비와 같은 부모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삶의 무게에 찌들어 있어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외벌이였던 시절이 있다. 신랑이 갑자기 실직자가 되고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그 시절은 정말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같은 학교 교사였던 친구는 그때 내 눈이 죽은 생선의 눈 같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정말로 마음이 갈피를 못 잡는데 생활까지 힘드는데 그때 가정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심층 면담을 한 아이들은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아이들이었다. 좀 더 잘 된 경우도 있고 여전히 힘든 경우도 있었다. 정말 노력해서 안정된 직장에 취직을 했음에도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아이들은 괴로워했다. 가족에게 잘해야 하고 나를 위해 그래도 희생해 주신 부모님께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돌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끊고 나오면 되지 않는가라고 단순히 생각하기엔 그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은 굉장히 좋으신 분들이다. 내가 지금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는 것에는 우리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같이 자랐어도 동생은 나와 다르니 꼭 그 양육의 결과가 꼭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쨌든 아버지께 감사한 부분은 사실이다. 하지만 또 굉장히 보수적이신 분이라 나중에 동생에게 허용되는 것들이 나에게는 허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 그 흔한 배낭여행 한 번 가 본 적이 없고, 졸업 후에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은 방학이면 해외로 가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여러 무수한 갈등 상황이 있었으나 부모님을 슬프게 할 수 없어서, 실망시킬 수 없어서 그냥 참고 인내한 것이 정말 많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아마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것이 많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아무리 지긋지긋하게 가난하고 궁핍한 것은 물론이고 폭력이나 학대가 더해진 그러한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연은 그렇게 쉽게 끊을 수 없이 질기게 이어진 것이니, 저 아이들은 부모의 짐까지 함께 지고 가는 것이다. 혼자만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말이다.


그래서 미래를 향해 꾸준히 준비하고 나아간다. 경험을 쌓고 나름의 지혜를 깨달으며 앞으로 어떻게 안정된 가정을 꾸릴지 고민하는 과정을 보면 너무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그런데 저자는 한 가지 시선을 던진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삶에 대한 여유를 즐기고 쉬는 법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너무나 사치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정말 놀랐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이 부분은 간과하고 있었나 보다. 현실이 어려우면 부단하게 노력해야지. 누군가를 만나서 어울리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늘 노력하는 삶, 열심히 사는 삶을 제일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러면 그 가운데 '사람'은 있는가 없는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나는 내게 주어진 과제를 먼저시 해 왔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한 일중독으로 지내온 것은 아니다. 대학교 시절에는 동아리 세 개와 마찬가지로 네댓 개의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바빴다. 사람들과 놀면 즐거웠다. 하지만 일도 공부도 성취도 중요했다. 그래서 sns도 지인들에 비하면 거의 안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같은 교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내 친구를 보면 일도 열심히 하지만 사람도 정말 따스한 시선으로 보고 있음이 보인다. 물론 사람마다 가진 것이 다르니까 그 친구는 맞고 나는 틀렸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지금도 계속 지속되는 오래되고 소중한 관계들이 있으니까. 다만 나이가 드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삶의 여유가 없을 때 보이지 않는 것 중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은 역시 사람과의 관계이다. 내가 지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모두 아주 절친한 관계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 대한다면 삶이 좀 더 윤택하게 풍성하게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많이 읽고 싶고 공부도 많이 하고 싶고 배움에 대한 성취도 이루고 싶지만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면 이 모든 성취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요즘 바빠도 집에서 아이들과 좀 더 있으며 한 번 더 아이들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지금 현재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역시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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