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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n 04. 2024

발 없는 말이 정말로 무서운 6학년 사회

"띠링" 메시지 알람이 울린다. 


"선생님! 저희 반 아이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던데 ㄱㅈㅎ인가 누군가가 키스를 했다고 소문이 돌아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앗. 우리 반 아이가 연관이 되어 있으면 무슨 일인지 바로 확인해야 한다. 


"혹시 그 아이 저희 반에 보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당연하다. 우리 반 아이가 다른 반 아이와 어떤 일에라도 연관이 되어 있다면 담임교사가 항상 함께 확인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바로 파악이 가능해서 무난한 대처가 가능하다. 나는 처음에 우리 반 아이가 구설수에 휩쓸린 줄 알았다. 그런데 4자 대면을 하자마자 우리 반 ㅈㅎ이가 얼굴을 붉히며 또 다른 친구 이름을 대는 것이다. 알고 보니 ㅇㅅ이가 이전에 원한(?)이 있어서 복수의 의미로 다른 반 ㄷㅎ이가 또 다른 반 여자 아이랑 뽀뽀했다는 소문을 냈고 절친 ㅈㅎ이는 이에 동조했다고 한다. 정작 ㅎㄹ이는 남친이 따로 있다는데. 아이쿠. 이거 큰일이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지만 이 일은 생각보다 크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ㅅㅁ이가 어려서부터 친했던 여사친 ㅅㅇ를 두고 "우리? 친하지! 같이 자기도 했어!"라고 말한 것이다. 정작 ㅅㅇ에게는 남친이 따로 있었으니 그 남친은 듣고 매우 기분이 나빴고 ㅅㅇ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말은 바람처럼 퍼져 나가서 ㅅㅁ이와 ㅅㅇ가 같이 잤다고 전교에 들끓기 시작했다. ㅅㅁ이는 어릴 때 캠핑 가서 같이 잔 거라고 설명을 덧붙였지만 이미 늦은 뒤였고, 무엇보다 ㅅㅇ는 아이들이 계속 찾아와서 진짜냐고 묻는 통에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괴로워했다. 태연한 ㅅㅁ이만 나중에사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일로 ㅅㅁ이는 말의 위험성을 좀 깨달아서 - 물론 그렇다고 바로 확 달라진 것은 아니고 일련의 사건들이 더 있긴 했지만 - 적어도 오해를 살 만한 말은 덜 하게 되었다. 그냥 캠핑을 갔었다고 하면 되지 왜 굳이 '잤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느냐고 하자 아이는 솔직하게 인정을 한 것이다. 이 사건 때문에 세 개 반 선생님과 당사자들이 모여서 서로 정리하고 사과하고 학부모 상담까지 여러 번 하는 일이 있었다.


마침 오늘은 임시 동학년 회의가 있는 날. 남자아이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데 만약 정말 엉뚱한 소문의 피해자가 된 ㅎㄹ이는 어떤지 몰라서 우선 담임 선생님들께 사건의 개요를 말씀드리고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우리 반 두 아이에게는 학부모님 상담을 해야 하고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도 해야 할 수 있는 큰 일이라고 하자 그제사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가벼운 장난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하교할 무렵 알게 된 일이라 이 일을 두고 마음이 좀 복잡하다. 말의 무게와 그 파장이 가져오는 결과를 이렇게라도 배우게 되었으니 다행인 것일까. 부디 ㅎㄹ이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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