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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ug 18. 2024

독서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다

초등영어교육을 전공했다. 교대에는 과목별로 세부 전공이 있고 그에 따라 학과가 나뉜다. 초등국어교육과는 A반과 B반으로 나뉠 정도로 인원이 많았는데 영어교육은 한 개 반이었다. 4년간 교육대학교를 다니면서도 국어교육과의 인원이 영어교육과보다 두 배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이 없었다.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더 즐거웠고 그것이 내 업이라고 생각해서 대학원도 영어교육을 전공하기로 했다. 교과를 가르칠 때도 영어를 선택했다. 20여 년 전에는 영어를 어려워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셨으니 영어를 선택하면 환영을 받았다. 수업연구도 공개수업도 모두 영어 교과로 하면서 차근차근 초등영어교육을 파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 현실은 달랐다.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의 비율이 전담교사의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는 내가 아무리 영어교육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어도 그와는 상관없이 학교 사정에 따라 담임을 맡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어심화연수를 받고 나서 향후 5년은 영어교과에 매진하겠다는 서약서를 썼음에도 나는 담임교사가 되었다. 보통 교과 선생님들은 임신, 출산 예정이시거나 특수한 사정이 있으신 경우가 있기에 그분들을 우선으로 하고 남는 자리에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담임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다. 교과교사로서 많아야 일주일에 서너 번 아이들을 만날 때는 몰랐는데 하루 종일 같이 지내다 보니 다른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시급한 것은 문해력이었다. 당시에는 문해력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무게는 지금과는 달랐다. 그저 기초적인 글자 해득 정도로만 이해되었는데 지금은 전반적인 언어 이해 능력까지 확대되고 있다. 6학년인데도 기초적인 맞춤법부터 시작해서 텍스트를 읽고 파악하는 것을 지나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과 글로 풀어내고 전달하는 것까지 살펴볼 것들이 많았다.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국어가 문제였다. 


나는 영어를 중학생이 되어서야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했지만 국어가 발목을 잡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나중에 나와 아이들의 차이를 생각해 보니 답은 독서에 있었다. 책벌레라는 별명은 학년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만큼 책을 붙잡고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던 반면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은 영어를 집중적으로 판다고 국어까지 같이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저학년일수록 이 부분은 더 두드러졌다. 독서교육 연수와 그림책연구회 연수, 책 만들기 연수 등을 들으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제는 영어교육이 아니라 독서교육에 힘을 쏟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아주 많이 사기 시작했다. 특히 연수를 가서 추천 받은 그림책을 많이 샀는데, 어른인 내가 봐도 참 좋았다. 짧은 글 속에 그림과 함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그 진한 감동은 글밥이 많은 책과는 또 달랐다. 책을 가지고 깊이 파면서 해당 학년의 단원들과 연결하고 확장시켜가는 온책읽기를 하고 자료를 만들었다. 아마 그렇게 2학년과 3학년을 계속 맡았다면 나는 그림책에 조금 더 몰입해서 공부를 하고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과정 재구성은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주었고 그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나도 참 즐거웠다.


하지만 역시나 학교 사정은 나의 현재 관심사를 고려해 주지는 않는다. 한참 그렇게 저학년 독서 교육에 몰입해 있을 때 나는 다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고 다시 영어엥 집중해 볼까 싶었더니 6학년을 연이어서 맡게 된다.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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