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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ug 28. 2024

축복받으며 떠나는 아름다운 길

두 분의 선배 교사님의 정년퇴임식이 있는 날이었다. 교직에 있다 보면 매년 명예퇴직 및 정년퇴임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그래서 어쩌면 그분들께는 특별하지만 보내드리는 입장에서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좀 특별했다. 모두 내게는 남다른 의미로 계신 분들이다.


교장 선생님은 작년에 나를 살려 주신 분이다. 학부모의 터무니없는 요구와 과한 행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직접 맞서시면서 나를 지켜주시고자 노력하셨다. 고소를 하면 내가 사비로라도 변호사를 사서 지켜주겠노라고 하시면서 정말 다방면으로 지켜 주셨다. 그전까지는 정말 좋으신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학교의 관리자란 어떤 분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이 학교의 교장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교장 선생님들보다 짧다면 짧은 3년의 그 기간 동안 정말 몸으로 보여주신 분이시다. 교사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가장 좋은 것을 해 주시고자 너무 애쓰시다가 본인의 몸은 방치하셔서 마지막 기간 동안에는 몹시 편찮으셨다. 정말 생과 사의 고비를 넘나 들 지경이 될 때까지 학교 일에 헌신하셔서 교감 선생님, 부장 선생님들 모두 제발 쉬시라고 사정을 해야 할 정도였다.


또 다른 선배 선생님은 십여 년 전 영어 캠프 교사로 만났다. 그때도 참 열심히 좋은 자료와 교수법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시던 선생님이셨는데 이 학교로 오면서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 과학 분야에서 헌신을 하셨는데 보통 마지막 해가 다가오면 학교 일도 쉬엄쉬엄 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 8월 은퇴를 하시면서 끝까지 학교의 큰 과학체험행사를 정말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다해서 마무리하셨다. 본인의 수고를 절대 과시하지도 않으시고 늘 조용히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그냥 하셨을 뿐이다. 그래서 더 존재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은 주목을 쉽게 받지만 조용한 사람들은 시선에서 비껴갈 때가 많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 마음에 은은한 감동을 주는 분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시다.


선배 선생님들을 떠나보내기가 이렇게 아쉬운 적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분의 자리는 컸다. 인생의 선배들은 많지만 닮고 싶은 분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지혜로움과 너그러움과 결단력과 겸손하지만 당당한 그 삶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모든 선생님들이 아쉬워하시면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는 마음올 축하 인사와 마음을 드렸다. 오랜 시간 교직에 헌신하신 두 분의 가시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마음에 계속 남았다. 나도 이제 20년 정도 남았는데,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더할 수 없는 축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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