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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Sep 15. 2024

엔잡러의 의미를 문득 떠 올려 보며

어느 순간부터 엔잡, 엔잡러라는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2017년 <한겨레>에 실렸던 ‘N잡의 기술’(제현주) 칼럼에서는 엔잡러를 ‘스스로 일들의 조합을 만들어내 자신의 직업을 창조하려는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소개한다. 이 엔잡러라는 의미는 상황에 따라서 부정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쓰인다.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엔잡러가 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본인이 원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자발적으로 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확하게 말해서는 엔잡러는 아니다. 교사라는 가장 주요한 직업과 수입원을 가지고 있으며 퇴근 전후의 시간에 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그냥 소소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는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한다. 예전에는 밤에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자꾸 빠지게 되어서 바빠도 아침으로 바꾸었다. 외출 준비에 시간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빠르게 씻고 화장은 선크림과 눈썹만 그리기 때문에 샤워 시간을 제외하고 10분이면 끝난다. 대신 가끔 걸어서 출근하던 것을 그냥 차로 간다. 차로 가면 10~15분이면 충분한데 걸어서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0~50분이 걸려서 지구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효율성을 추구하기로 했다.


출근하는 시간에는 영어 관련 방송을 들으면서 짧게 공부를 한다. 출근해 있는 동안은 수업 준비와 자료를 제작하고 반 아이들에게 최대한 집중하고 정시 퇴근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보통 4시 50분 늦어도 5시 20분 정도면 퇴근 준비가 끝난다. 피아노 학원으로 연습을 하러 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지 않은 날은 교실에서 30분 정도 간단하게 피아노 연습을 한다.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을 하고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한다. 어느 정도 끝나면 저녁 7시 반에서 8시가 된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영어 원서나 다른 한글로 된 책을 읽는다. 사이사이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늦어도 10시에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글이 항상 변수가 된다. 빠른 날은 40분 이면 다 쓸 수 있지만 어느 날은 2시간이 꼬박 걸려서 밤 12시가 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 밤 10시에서 12시가 내게는 개인시간이다. 수채화에 몰두해 있던 시기에는 그림을 그렸고,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던 때는 운동을 했다. 필사를 집중적으로 하던 시기에는 영어 공부에 몰두했고 정리를 해야 할 때는 정리를 한다. 그리고 지금은 피아노 연습을 하러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일을 이 시간으로 빼어 두고 나서 자잘한 영어 문장 암기나 식단 및 운동 일지 등을 사이사이 정리한다. 물론 목표로 정해둔 개인 일을 못하고 그냥 청소만 하다가 한밤중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이어가는 일이다. 모두의 새해목표는 다이어트와 영어공부가 꼭 들어간다고 들었다. 나 역시 그러하다. 영어공부와 다이어트를 넣고 거기에 미니멀리즘을 하나 추가했다. 셋 이상으로 하면 정신이 없어지니까 이렇게 잡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니멀리즘이다. 왜냐하면 영어 공부와 다이어트의 목표는 이미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실패했던 이유는 막연하게 설정했기 때문이었다. 영어는 두 가지로 고정시켰다. 원서 읽기와 영어문장 외우기. 다이어트는 하루에 30분 이상씩 꾸준하게 운동하면서 건강한 식단 유지하기. 그리고 이 두 가지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 하고 있기에 중간에 쉬어가는 주간이 있을지언정 놓아버리지는 않는다. 


목표로 삼았던 것이 이제는 기본 루틴이 되어 버렸다. 기본 루틴이 되고 나면 따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다른 일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늘 설렘이 있지만 그만큼 또 부담과 어려움도 있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크게 시작하지 않는다. 가장 하고 싶은 한 가지를 골라서 천천히, 조금씩 몸에 배도록 한다. 이것은 벤저민 프랭클린이 자신의 습관을 형성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 보니 알겠다. 물론 나는 프랭클린처럼 훌륭한 습관을 형성한 사람은 아니고 그렇게 열심히 빈틈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한 가지를 어느 정도 자리 잡게 한 후 다른 것을 추가로 도입하는 그의 방법은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어린 시절 그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머물러 있었나 보다. 이렇게 하나씩 하고 싶었던 일, 혹은 마음에 있었던 일들을 시도해 보면서 이렇게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간다.





 이번 책은 여기서 마쳐봅니다.

 글을 써 보니 조금 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었기도 하고

 오히려 조금 더 헤매기도 했지만 나름으로 정리를 해 볼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음 글은 영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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