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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Sep 16. 2024

다른 말로 말하면, 당신을 사랑해요

Fly me to the moon

뒷좌석에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신나는 마음으로 달려오는 길이었다. 즐겨듣는 북카페에서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설렘을 주는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수고했어, 오늘도'에 이어서 'Fly To The Moon'이 나왔다. 잘 알려진 가사 fly to the moonb만 알고 있었지 다른 부분은 크게 귀 기울여 들은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가사가 쏙쏙 들어왔다.


어머나, 이 노래는 멜로디만 좋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사도 아름다웠다니, 나도 모르게 선율과 가사에 홀려서 앞에서 성가시게 운전하는 차들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기분이었다. 


Fly me to the moon 나를 달에 데려가 주세요

Let me play among the stars 별 사이에서 운행하게 해 주세요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a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의 봄을 보게 해 주세요

In other words, hold my hand 다른 말로 하면, 내 손을 잡아 주세요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다른 말로 하면, 사랑하는 이여, 키스해 주세요


Fill my heart with song  내 마음을 노래로 채우고

And let me sing for ever more  그리고 좀 더 노래하게 해 주세요

You are all I long for 당신은 내가 갈망하는 모든 것이며

All I worship and adore 내가 경외하고 간절히 사랑하는 전부입니다.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다른 말로는 실재가 되어 주세요

In other words, I love you 다른 말로는 당신을 사랑해요.


Fill my heart with song 
내 마음을 노래로 채우고

Let me sing for ever more 내가 좀 더 노래하게 해 주세요

You are all I long for 당신은 내가 갈망하는 모든 것이며

All I worship and adore 내가 경외하고 간절히 사랑하는 전부입니다.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다른 말로는 실재가 되어 주세요

In other words, in other words I love you 다른 말로는, 다른 말로 하자면 당신을 사랑합니다.


순간적으로 please be true가 we've been through로 들렸다. 가사 해석을 보니 be true를 진실해 주세요 라고 되어 있는 번역이 많았다. 틀린 번역은 아닌데 나는 그 보다는 현실이 되어 달라는 뜻의 reality가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Too good to be true라는 말이 있다. 너무 좋아서 사실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국말로 '내게 진실해 주세요'라는 말은 거짓없이 사랑해 달라는 뜻으로 여겨지는데, 전체적인 문맥으로 봐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 상태가 '진짜'이길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거나 가사가 설레는 것은 달이 꽉차는 추석이기 때문일까. 하늘이란 언제나 아름답지만, 특히나 밤하늘은 좀 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별들이 반짝이고 달빛이 고고하게 빛나는 저 밤에 닿을 수 없는 저 곳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특별하다.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다는 저 사랑의 감정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왜 금성이 아니고 목성인지는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뭐 작사자가 그렇게 정했으면 우리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쯤 되면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다들 이렇게 식상한 표현이지만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사랑을 가지고 간절하게 노래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슈만의 헌정을 열심히 치고 왔다. 영어로는 Dedication, 즉 헌신으로 번역된다. 오늘은 독일어 가사 말고 영어로 번역된 가사로 들고 와 보았다.


You my soul, you my heart,  그대 나의 영혼, 그대 나의 심장

You my rapture, O you my pain, 그대 나의 기쁨, 오 그대 나의 고통

You my world in which I live, 그대 나의 세상, 내가 그 안에 살고

My heaven you, to which I aspire, 나의 천국인 그대, 내가 열망합니다.


O you my grave, into which 오 그대 나의 무덤이여, 그 안에 내가 들어가고

My grief forever I’ve consigned! 나의 슬픔 영원히 내가 처하리니

You are repose, you are peace, 그대는 응답이며 그대는 평안입니다

You are bestowed on me from heaven. 그대는 천상에서 내게로 강림하였습니다.


Your love for me gives me my worth, 그대의 사랑은 내게 내 가치를 부여하고

Your eyes transfigure me in mine, 그대의 시선이 내 안에 있어 나는 변화합니다.

You raise me lovingly above myself, 당신이 나를 사랑함으로 나를 더 높게 끌어올립니다

My guardian angel, my better self! 나의 수호천사이며 더 나은 나 자신입니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그리고 찢어지는 듯 에이는 고통까지, 모두 다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에서 비롯되다니, 그리고 그 음악들이 전하는 감정에 빠져들어서 이렇게 두 시간도 넘게 허우적 거리며 모든 가사를 하나씩 찾아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번역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파사삭 나오다가도 이제는 알고리듬이 추천해 준 Lucky의 감동에 또 새롭게 젖어드는 것을 보면서 어쩔 수 없다.....럭키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 뭐 이 노래만 좋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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