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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영어 감각 익히기 1

by 여울 Jan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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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새벽 2시, 그리고 새벽 4시. 2시간 간격으로 밀려오는 이 고비만 넘기면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자면 안 되는데 미친 듯이 졸릴 때, 나는 가장 좋아하는 책과 만화를 보며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중고등학교 때는 빨강머리 앤 시리즈와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면서, 결혼 후 번역을 할 때는 웹툰을 보면서 잠을 깨웠다. 당시만 해도 웹툰의 초창기여서 작품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는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웹툰과 웹소설의 번영기인 것 같다.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는 연재작품의 수가 많다 보니 오히려 보는 숫자가 줄어들었다. 지금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본다. 웹소설을 상대적으로 많이 봤는데 노란책으로 알려진 카카오 페이지와 초록책으로 알려진 네이버 시리즈가 주요 플랫폼이다. 가끔 이 작품은 영어로 번역되면 정말 좋겠다 싶은 책들이 있었다. 혼자서 아쉬운 마음에 출판사로 구구절절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 이건 꼭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로 알려지면 좋겠다고. (그리고 진짜로 번역이 되었다!!!!)


영어로 만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은 아니었다. 일본음악만화 노다메 칸타빌레가 한참 연재 중이던 시절, 기다림에 지쳐서 마구마구 검색하다가 영어 번역판을 접한 것이 시작이었다. 일본 만화들이 영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려웠을 뿐 미국의 현지 서점에서는 여기저기 한가득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나는 좋아하는 장르가 뚜렷하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좋아하고, 학원물이나 드라마도 보지만 호러물은 절대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또 잘 만들어진 심리 스릴러는 좋아한다. 그리고 그림체도 따지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미국의 만화 스타일은 나와는 맞지 않아서 그냥 넘겼다. 어릴 때 본 미키 마우스나 스파이더 맨 류의 만화는 그림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을 굳이 시간을 내서 보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우리나라의 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복사본으로 유포되어 있어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음? 그 말인즉슨, 이미 영어로 번역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말하는 WEBTOON이 네이버 웹툰의 영문판 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친구 역시 놀라워했다. 자기는 웹툰 앱이 네이버 만화들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WEBTOON 앱은 한국에서는 다운로드할 수 없다. 그래도 볼 수는 있는데 조금 불편하긴 해도 링크를 저장해 두고 따라가서 보는 것이다. 나는 아예 핸드폰 화면에 링크를 따로 저장해 두고 보고 있다.


https://naver.me/FqlEz2wu


네이버에서 영문웹툰앱을 서비스하고 있다면 다음은 어떨까? 검색해 보니 TAPAS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페이지를 영문으로 서비스하고 있었다. 내가 카카오웹툰 영문서비스를 몰랐던 것은 조금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있었던 플랫폼을 2021년에 다음에서 인수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판 작품들의 업데이트 날짜는 대부분 최근 몇 년 이내이다. 네이버 웹툰 영문 서비스 앱과의 차이점은 한국에서도 이 카카오페이지 영문판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더더욱 좋은 것은 웹소설도 영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웹툰이 충실하게 만화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소설과 만화, 그리고 일반출간도서까지 다루는 종합 플랫폼이다. 그에 맞춰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화와 소설, 이 두 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진짜 장점이다.


다만 둘 다 좀 불편한 것은 있다. 아무래도 한국판 제목에 충실하고자 하지만 그대로 번역할 수는 없다. '똑 닮은 딸'의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느낌을 영어로 표현한다면? 'Like mother, like daughter'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것이다. 부전자전, 모전녀전 이런 뜻이다. 그래서 영문판 제목도 'Like mother, like daughter'이다. 전독시로 알려진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Omniscient Reader'이라고 번역되었다. 다만 여기서는 '시점'이라는 'point of view'나 'viewpoint'를 제외해서 조금 더 간결하고 접근성 있게 다듬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 작품, '사랑받는 언니가 사라진 세계'는 찾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sister 혹은 beloved라는 제목에 들어갔을 법한 검색어로 찾아보는데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하나하나 요일별 연재를 보면서 확인하는 수밖에. 그리고 찾았다! 'A World Without You'라는 제목이었다. A world without my beloved sister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네가 없는 세계'라는 이 영문판 제목의 어감이 상당히 괜찮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그 바로 옆에 '백룡공작 팬드래건'까지 딱 하니 나란히 붙어 있었다. 야호!

로운 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예전에 읽었던 작품들이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영어로 어떻게 번역이 되었을까 생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노블레스의 경우는 초반과 중반 번역가가 달라지면서 이름 철자까지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는 업체의 실수가 명백하다. 그리고 번역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물론 있다. 오역도 있을 수 있고 아예 잘못된 표현이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들도 있을 수 있다. 예전에는 좀 더 많았는데 요새는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수준이 훨씬 달라졌다. 어설픈 번역으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웹툰 몇 편을 골라 소개하고 그 중 좋았던 표현들을 조금만 다뤄볼까 한다. 설 연휴에 진지한 책을 읽기는 조금 어려운 짬짬이 내는 시간에 영어로 웹툰을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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