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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절망적일 때 펼쳐보기를

내 생애 봄날은 온다

by 여울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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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햇살이 쏟아지는 따스한 봄날. 이 햇살은 다른 사람에게만 내리쬐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안다. 정말 잘 안다. 모든 삶은 그 나름의 공평함을 가지고 있음을. 아무리 행복해 보이고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는 사람이라도 보이지 않는 힘겨움이, 아픔이, 고통이 있음을. 그럼에도 '나'의 슬픔이, '나'의 괴로움이, 그리고 '나'의 상처가 제일 아픈 것 같고 제일 쓰리게 느껴진다. 머리로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딛고 일어서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말 가끔은 내 생애 봄날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나의 삶이 말도 못하게 비참하고 이기지 못할 압박감에 눌리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나도 모르게 침잠하게 되는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흔이 훌쩍 넘어가는 이 시간까지 어떻게든 그 밀려오는 파도들에 함몰되지 않고 서 왔고 걸어왔고 나아가고 있다. 그런 길의 한 자락에서 장하늘 작가님을 만났다.


<내 생에 봄날은 온다>가 출간되기를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장하늘 작가님의 글들을 온라인에서 간간히 만나는 동안, 하나의 책으로 묶어진 그녀의 이야기들을 정말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한 권에 담긴 삶의 무게가 너무도 커서 한숨에 읽어내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삶을 한 장씩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것은 나의 삶이었다. 비슷한 듯, 한참 다른 결로 펼쳐지고 전개되고 나아가는 그 삶의 이야기를 보면서 비슷한 시련 속에서 그녀처럼 야무지게 해결하지 못한 내 자신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와 나의 다른 점이라면 그녀는 비슷한 고통 속에서 30억 자산가로 거듭난 것이고 나는 여전히 20년 전 그 비슷한 수준의 자산(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시작을 빚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옭아매고 조이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자꾸 빚이 늘어날 때, 그것도 제일 가까운 가족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지워지는 그 빚의 무게는 단순한 총 금액의 합 그 이상이다. 함께 힘을 모아서 헤쳐나가도 겨우겨우 할까말까인데 서로 마음의 합이 맞지 않는 상황까지 더해진다면 정말로 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한 번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지고 두 번, 세 번이어도 어찌어찌 해 볼만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 역시 늘 떠올리는 '인생은 예측불허'라는 말은 정말로 의도치 못한 곳에서 밀어닥치기 때문에 감당이 안 되는 순간들로 다가온다. 그렇게 수 없이 예측불허의 순간들을 만나다 보면 아무리 단단한 사람이라도 주저앉게 될 수 있다. 다 놓아버리고 싶고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죽지 못해 사는 순간들도 분명히 온다.


그럴 때, 나는 이 책을 펼쳐 보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남의 힘겨웠던 삶을 읽으면서 내 삶은 이것보다는 좀 낫다라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으라는 것은 아니다. 겨우 살만하게 될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나를 쏘아대는 이 공격의 굴레를 장하늘 작가가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고 해결해 가는지 그 과정을 보면서 나 역시 가능하다는 의지의 마음을 가지시라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다. 20대 내내 내가 지지도 앉은 빚을 갚으면서 살아야 했고 두 번의 아픈 이혼과 사업 실패와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파산의 위기까지.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이 유명한 문구, '인생은 예측불허'의 이어지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그러므로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이다.


당신은 당신의 그 거칠고 고되고 힘겨웠던 삶을 평탄하고 안온한 삶으로 바꾸고 싶은가? 겪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들,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그런 일들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그 예측불허의 일들을 겪으면서 나의 삶은 의미로워졌고, 실패와 실수와 부끄러움을 통해서 나의 내면은 단단해졌다. 이것은 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이고 자산이 된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어도 그 경험들은 활자를 통한 책 속에만 존재하는 지식과 경험이었을 뿐, 나의 실제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어쩌면 장하늘 작가의 이 책도 아무 것도 모르던 20대 초반에 읽었다면 그냥 단순한 감동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을 살고 나서 보는 이 책은 나에게 의지와 동기를 불어넣어 준다.



후회되는 일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자책했다. 그러나 자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먼저 나는 내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음은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생각했다.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메모를 시작했다. 스스로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적었다. 과거에 지나간 사건들, 내가 한 선택들, 감정, 희망, 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하고 답하며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62쪽)


나를 들여다 보는 것은 중요했다. 나의 부끄러운 현실까지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부끄러움을 들여다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자꾸 외면하고 싶고 모른 척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나의 실제를 보면서 가지고 있는 것과 부족한 것을 함께 보면 될 텐데, 그게 참 어렵다.



돈으로도 안 되는 건 아주 많다. 돈은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에 돈은 필요조건인 경우가 아주 많다.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이 창문 밖으로 도망간다'라는 말이 있다. (76쪽)


나는 돈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집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월급이 고정적으로 나오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만 크게 보였던 것이다. 겪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상황들이 겹치고 겹쳐서야 내가 얼마나 돈에 대한 감각이 없었는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무지하다 못해 마이너스였는지를 깨달았다.


위기상황 속에서 장하늘 작가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도 부러웠다. '결과는 가혹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았다. 그건 나의 선택이었으니까. 나는 내 결정의 무게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끝없는 욕심을 감당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갈릴 지도 모르겠다. 나는 삶의 무게를 조금 더 견뎌보기로 했고 장하늘 작가는 그녀의 방법으로 끊어내야 할 것은 끊어내었으니까.


'큰 바람은 작은 보상 앞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도 다가왔다. 나를 위해서 무엇을 소비한 적은 별로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책은 계속 샀는데, 집에 책이 얼마나 넘쳐나는지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정도였다. 다만 어느 순간 책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닌 책이 사는 집처럼 되어 버릴 정도였으니, 이 부분을 반성한다. '부당한 일에 수긍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들을 보면서 되새긴다. 뒤에 있는 빚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잘 갚는 방법이나 자산을 늘려가는 방법들도 단순한 뜬구름잡기 같은 허공의 방법이 아니라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무엇보다 장하늘 작가님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불어넣어준다. 내일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나 역시 시작하기로 한다. 그동안 소액이 모이면 늘 필요한 곳이 어김없이 나타나 몫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막내가 대학에 가는 앞으로 남은 8년의 기간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렇게 미룰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의 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굳이 파이어 족을 꿈꾸진 않는다. 다만 그 의미는 안다. 이렇게 매월 급여와 세금에 연연하지 않고 조금은 더 여유롭게 나를 돌아보고 아이들을 돌아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지 않고 조금 더 넉넉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꾼다. 그리고 그런 길을 보여주신 장하늘 작가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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