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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잠, 잠

by 여울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로 병가를 낼까 싶었다. 그런데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일단 억지로 출근을 했다. 오늘은 교과가 세 시간이나 들어 있는 엄청난 날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버텨볼 요량이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결국 1교시 시작할 때 즈음 교감선생님께 여쭤 보았고 알아서 해 주실 테니 조퇴를 하라고 하셨다.


1, 2교시는 국어 수업이었다. 아파도 그 순간에는 어떻게든 수업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생긴다.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고 나누고, 장면을 포착해서 느낌을 적고 돌아가며 인스타그램처럼 댓글을 달아주기까지 했다. 난 우리 반 아이들이 참 좋다.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수업에 성실하게 임해준다. 그리고 좋아해 준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아프다고 더 잘해 준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도 잘해 준다. 2교시 끝난 후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너무 아파서 조퇴를 해야 할 것 같고 수업 잘 듣고 (그랬더니 자기들도 같이 집에 가고 싶다고 ㅋㅋㅋ) 6교시는 학급회의 잘하고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오늘 셋째도 학교를 못 갔다.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걷기도 힘들다고 했다. 집에 와서 둘이 같이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나란히 받고 집에 와서 5시간 가까이 내리 잤다. 자다가 깨서 시간 확인하고 또 자고 또 자고...

저녁을 먹고 할 일을 좀 한 다음 다시 또 잤다. 너무 잠만 자는 것 같아서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북 화면이 눈에 안 들어온다. 꼭 출산 후 시점 같았다. 시간이 모처럼 있어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활자가 눈에 안 들어오는. 포기하고 다시 자다가 그냥 더 자고 싶은데... 별별 챌린지가 생각이 났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글을 쓴다. 오늘 밤까지 잘 자고... 내일 아침부터는 다시 활활 불태우는 평상시로 돌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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