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 Dec 01. 2023

오월의 기쁨

취미



드디어 두근두근 기다리던 나만의 장미꽃이 폈다.


진딧물 때문에 조금 걱정을 했는데, 건강하게 잘 자라 꽃봉오리도 많이 달리고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활짝 웃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시차를 두고 하나씩 둘씩 꽃망울이 만개하는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처음 시도해 본 것인데 나름 성공적이다.


오월 장미가 전국 방방곡곡 여기저기서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이제는 직접 키운 하나뿐인 소중한 장미가 더 이쁘게 보인다. 장미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꽃이라 그래서 더 매력이 있다.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까탈스러운 장미라서 더 애착이 간다고 할까? 아무튼 키우는 내내 늘 신경이 쓰이겠지만, 초조한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활짝 핀 장미가 그저 고맙고, 갓 시집온 새색시가 입고 있는 고운 한복 빛처럼 선명하고 새초롬한 모습이 어찌나 마음을 사로잡는지.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기쁨이 배가 되어 돌아오기에 앞으로 더 많은 눈길과 애틋한 사랑을 듬뿍 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There might be millions of roses in the whole world, but you're my only one unique rose.

The Little Prince



이 시상엔 수백만 송이의 장미가 있겠지만, 넌 나만의 특별한 장미여 ~




한 달 전쯤 장미 묘목을 데려올 때, 어떤 색 장미인지 묻지 않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냥 결정하였다. 단번에 눈길이 마주친 묘목을 향해 "이거로 할게요" 하고 쿨하게 데려왔다. 꽃이 필 때까지 무슨 색깔의 장미가 나올까 상상하고 기대처럼 마음에 꼭 맞는 색인지 맞혀 보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 상상하던 딱 그 색으로 꽃이 피면 얼마나 더 기쁘고 짜릿할까 해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기다렸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붉은색 장미꽃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들어주는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을 확률적으로 집어 들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대만큼 이루어진다는 것은 몇 배로 기쁘고 즐거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은 갑자기 식물 키우는 것에 꽂혀 책이나 블로그를 찾아보고 유튜브를 보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는데, 부정확한 정보도 많고 볕이나 토양 등등 키우는 환경이 달라서 그런지 시도한 것 중에 반은 실패하고 반은 성공하는 편이다. 여태 뭘 키우는 것은 하여튼 자신 있어서 다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으로 욕심껏 시도해 보다가 예상외의 사소한 문제를 마주하며 슬슬 겸손해진다. 레몬그라스하고 토마토는 싹을 틔워 쑥쑥 잘 자라는데... 너무 다양한 종류의 씨앗을 한꺼번에 뿌려 놓아서인지 몇몇 씨앗은 싹 틔우기에 실패했다. 초심자인 것을 고려하면 운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꽤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햇빛과 물과 넘치는 관심과 의욕만 있다고 모든 식물을 원하는 대로 다 잘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식물도 저마다 특성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무심한 듯 아닌 듯 곁에 있어 주고 하나하나 차차 알아가면서 공들인 경험과 지혜를 계속 더해가야 한다는 걸. 그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되뇌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이 꽃잎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