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인왕산 자락엔 바람이 산다
그 바람은 오래된 이름을 부른다
바람의 노랫소리를 따라 걸으며
잊고 있던 그대를 다시 만난다
붉은 단풍이 돌담 위에 기댈 때
노을은 점잖이 인사를 한다
바람이 스친 가지가지마다
마음의 그림자가 길게 걸린다
아득히 기도 소리가 들려오고
그 안에 그대 이름이 서려있다
퍼뜩 고개를 들어 빈 하늘을 보다
해짐과 용서가 닮았다는 걸 깨닫는다
산 아래 눈부신 불빛 등지고 선
산자락 어둠은 아직 옅은 봄빛이다
인왕산 가을길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래도, 이전 그대로 완전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