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쪼꼬 Sep 19. 2024

10. 기다리다

기다림은 불안을 키우고

보강된 원고를 송부한 후, 본격적인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최종 원고를 보낸 직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략 한 달은 정말로 원고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 연초 계획했던 운동에 매진하며 아침 시간을 보냈다. 식단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니 몸무게는 하루하루 줄어들었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목표의 90% 수준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몸을 보며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운동의 끝은 무엇일까 하는 불안함도 일었다. 우선 단기 목표를 7월 건강검진 무사통과로 잡기로 했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을 지나 6월이 되자 조급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원고를 마감하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이 났고, 이제 공은 출판사에게 넘어갔으니 출판사 대표님께 직접 물어보지 않고는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쉽게 연락해 진행 경과를 물어보기는 부담스러웠다. 본의 아니게 일정을 재촉하는 꼴이 될까 봐 말이다.


사실 첫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기대와 실망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맨 처음 원고를 투고했을 때, 한 대형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취해왔다. 유명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출판사로 경영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명성 높은 출판사였다. 처음부터 그런 대형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으니 마치 내 글이 무언가라도 된 듯 신이 났다. 출판사 담당자와 미팅 일정을 잡고 단걸음에 서울로 달려갔다. 하지만 출판사 담당자의 반응은 예상과 다소 달랐다. 출판사 담당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출간 기획이 통과하려면 저자가 먼저 유명해져야 한다며 나에게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해 볼 것을 제안했다. 개인 방송 채널로 구독자가 늘어나면 출간 기획을 진행해 보겠다는 조건이었다. 난감한 조건이었지만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찍어 게시했다. 대략 세 달간이나 영상 제작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채널 운영이 익숙해지지 않자 구독자를 모으는 일에 한계를 느꼈다. 결국 출판사와는 계약도 해보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개인 방송 채널은 방치되었다.


두 번째 투고에서 관심을 보인 출판사는 시작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첫 만남에서부터 계약하기를 제안하며 늦어도 1년 이내에 책이 완성될 거란 희망적인 의견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계약 후 편집자가 지정되고, 편집자와 논의를 거쳐 원고를 보완하는 데 대략 5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한차례 전체 방향 수정이 결정되었기에 일정은 더더욱 지연되었다. 그런데 원고의 보완 작업이 얼추 끝나고 교정 작업에 들어설 무렵 편집자가 회사를 퇴사하며 출간 작업이 갑작스레 전면 중단되었다. 출판사의 대표님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노라 이야기해 주셨지만, 새로운 편집자와의 협업은 사실상 전체적 재시작을 의미했고, 이는 곧 출간 일정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 편집자가 지정되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출간 일정에 대해 물었는데, 대략 6개월~9개월 후의 출간을 목표로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속상한 마음에 메일을 보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대표님은 죄송하다며 전화를 주셨고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출판사와의 첫 만남 이후 1년 6개월이 흐른 시점에 책이 출간되었으니 기다림의 시간은 나의 불안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흘러 두 달 가까이 아무런 소식을 접하지 못하자 불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대표님께 연락을 넣었다. 진행은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지, 기다리는 동안 내가 더 해야 할 일들이 있을지 여쭈어보았다. 재촉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게 적었다. 내 불안한 마음을 알아채셨는지 대표님은 바로 답변을 주셨다.

"원고는 지금 정리 검토 중이고 6월 중순 타 도서 진행 완료 후 본격적으로 작업 예정입니다. 출간 목표 일정은 8월로 잡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출간 작업이 멈춘 것은 아니고, 다른 책의 출간 일정으로 조금 미루어진 것일 뿐이니 불안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목표로 한 출간 일정이 8월이라니 더 재촉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나 조금 더 밀리더라도 올해 안으로는 무조건 책이 나올 수 있으리란 기대가 마음속 저변에 깔리고 있있다.  


대표님의 말을 믿고 기다림의 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시간은 운동에 할애하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몸을 바쁘게 움직여도 불안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다음 계획에 대한 고민이 떠올랐다. 책이 나오면? 그다음은 뭘까? 어떤 활동을 더 해야 할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질문들이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