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선율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시를 읊는 것처럼 중간 톤의 음색으로 노래 부르는 가수.
도쿄의 러시아워가 스트리트 뷰와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우고 난 후, 드디어 드라마의 주인장이 나레이션을 시작한다.
"사람들이 일과를 끝낸 후
서둘러 집에 들어가면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곧이어 ASMR처럼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입맛을 사정없이 돋군다. 자정부터 시작되는 '심야식당'이 지금 막 가게 문을 연 것이다. 아침 7시까지 이 곳은 제법 많은 이들이 와서 그들의 시간을 풀어놓고 갈 참이다. 만화로도, 영화로도 엄청난 힐링을 선물해 준 '심야식당'이 드디어 넷플릭스와 드라마로 만났다. 지금부터 이야기 보따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두근 두근 가슴 가득 설렘이 충만해 진다.
'심야식당'이 문을 연 첫 날부터 제대로 취향저격 이다. 탄멘에 국수를 빼고 먹는 여자 택시 운전사의 만만치 않은 포스. 심야 라디오 DJ와 만나서 벌어 지는 에피소드가 어찌나 흥미진진 하던지,,,
"슈퍼닌자 다섯이 아무도 모르게 악당을 물리친다."
라디오 DJ가 여자의 비밀을 알아 냈다. 오래 전, 전설의 TV쇼 <슈퍼 닌자대 코가>의 유명한 대사를기억해 낸 것이다. 위에 인용해 놓은 대사가 바로 그것이다. 슈퍼 닌자대 코가는 모두 다섯 명, 검은 날다람쥐를 리더로 해서 군청 강풍, 연두 요네조, 오렌지 다스케와 또 한명 진홍단풍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면을 뺀 탄멘을 먹던 여자 택시기사가 바로 전설적 캐릭터,진홍 단풍이었던 것이다. 연기자 시절을 애써 잊고지금은 택시를 운전하면서 무미 건조할 수도 있는 인생을 살아 가고 있는 그녀.어떤 상처가 있었던 걸까.
라디오 DJ가 본인의 추억만을 더듬으며 내내 슈퍼 닌자대와 관련된 철 없는 방송멘트를 하는 동안, 진홍 단풍은 격하게 분노한다. 결국, 택시에 함께 탄 DJ와 단풍. 코가의 제한된 캐릭터로 인해 더 이상 다른 연기를 지속하지 못한 채, 그 세계를 떠나야 했던 진홍 단풍의사연이 드러난다.
여기까지는 그저 단순한 기억의 소환일 뿐이었다. 사실은 코가의 리더 날다람쥐를 사랑하게 된 진홍 단풍은 그가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하던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그들은 연인이 아닌 친구가 되었던 것이다. 만약, 라디오 방송에 예전 일이 회자되면 혹시라도 날다람쥐가 겪게 될 사생활의 침범을 염려했던게 진홍 단풍의 속 마음이었다.
그러나 여자로 태어나고 싶었고, 지금은 여자로 행복하게 사는 예전의 리더 날다람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니 그녀는 더 이상 보호받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진홍에게 이렇게 명언을 남기고 당당하게 라디오 방송까지 출연한다.
"네 인생은 네 일이고,
내 인생은 내 거야.
우리는 다른 길을 가고 있으니
그냥 그렇게 둬"
특히, 드라마의 마무리로 다섯 명의 닌자대 코가는 물론이고 여섯번째의 DJ멤버까지 보태져 힘차게
뭉쳐진 장면은 가슴이 찡한 감동이었다. '심야식당'
테이블에 모두 모여 "좋은 밤 되세요"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그들에게 격렬한 응원을 보낸다.
이 모든 상황을 묵묵히 전해 듣고, 또한 편견없이 연결해 주는 멋진 심야식당의 주인장. 얼굴에 난
흉터자국 까지도 심하게 매력적이다.
너무도 황홀하게 다가 온 넷플릭스의 '심야식당',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밤참을 음미 하듯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어쩌면 국수 없는 탄멘을 당장 시켜버릴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