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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의 책 : 파레아나의 편지 속에서 배운 것

"감사의 게임"

by 에스더esther

중학생쯤 되었으려나?어떤 경로를 통해 나를 찾아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파레아나라는 소녀가 문득 내 앞에 나타났다. 부모님을 모두 잃고 단 한명 남은

친척이었던 이모 미스 파레이 앞에 나타난 그 날.


파레아나는 내 가슴에도 콕 박혀 지금까지도 곁을

지켜주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그 때, 그 시절에 파레아나에게 배운 감사의 게임을 말하는 거다.

어떤 일에서든 반드시 감사의 조각을 찾는 게임.


파레아나는 일찍 엄마를 여의고, 목사인 아빠마저

세상을 떠난 후 이모인 파레이 하린튼에게 맡겨져

대저택의 다락방 생활을 시작하였다. 다락방에서

살게된 것 만으로도 감사하기에 충분했던 그녀.


이모 미스 파레이는 첫 사랑에 실패하고 나서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고 은둔생활 중이다. 그러던 파레이는 갑자기 어영부영 하다가

떠 맡게 된 파레아나로 인해 모든게 뒤죽박죽이다.


미스 파레이의 혼란에도 아랑곳 없이 파레아나는

'기뻐하기 게임'을 사방에 전파하게 된다. 뭐든지

기뻐할 일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감사의 게임은 위문품 상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음,,,내가 말야, 인형을 갖고 싶어 했거든. 그래서 아빠가 교회 본부에 부탁을 했는데, 인형은 안 오고

솔잎 지팡이가 와버렸어. ,,,,나도 처음에는 몰랐었

는데 아빠가 가르쳐 주셨거든,,,그러니까, 지팡이를

쓸 필요가 없어서 기쁜 거야. 알겠지? 알고 나면 참

무척 쉬운 게임이야,,,"(p.40)


파레아나는 아빠가 위문품 상자의 솔잎 지팡이를 통해 가르쳐 준 기쁨의 게임을 그 뒤부터 쭉 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지금, 미스 파레이가 사는 마을

전체가 감사의 마법에 빠져들 준비중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집안 일을 하는 낸시가 기쁨의 게임에 빠져들었다. 이내 정원사 할아버지 톰과 마차꾼 아저씨인 티모시까지 시작하였고, 어쩌면 가장

늦게 합류할 이는 파레이가 될 것같은 예감이다.


어느 날, 파레아나는 거리에서 '그 남자'를 만나 말을 걸게 된다. 길고 검은 코트, 실크 모자를 쓴

그는 갑자기 말을 건 소녀 때문에 놀란 펜데르톤,

언덕의 큰 저택에서 홀로 사는 죤 펜데르톤이었다.


펜데르톤 말고도 파레아나의 감사 게임에 빠져든

사람은 병상에 누운 스노우 부인이다. 길고양이나

개들을 돌봐주던 파레아나는 어느 날 고아원에서

빠져 나온 지미 빈이라는 소년도 만나게 된다.


이모 파레이가 불쌍한 지미를 거두지 않게 되자

파레아나는 '부인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우연히 다리를 다친 '그 남자'

펜데르톤을 도우면서 지미의 일까지 해결된다.


파레아나는 펜데르톤이 예전에 이모 파레이가

사랑하던 사람이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그러나 정작, 펜데르톤은 자신의 사랑이 다른 누구도 아닌 파레아나의 엄마였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사실, 미스 파레이의 첫 사랑은 의사 틸튼이었다. 펜데르톤의 아픈 다리를 치료해 주던 의사 틸튼은

파레이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참이었다.


파레아나는 마을 교회의 폴 포오드 목사의 고민도 듣는다. 설교 시간이면 비난식의 말을 전하던 폴 포오드 목사는 파레아나가 아버지로 부터 들었던 말을 전해 듣고 변화를 겪는다. 기쁨의 구절이다.


"아빠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주 안에서 크게 '기뻐하라'는 말들이 8백번이나 되더래요,,,기쁨의

구절을 세어 보려고 생각했을 때부터 마음이 다소

편안해 졌다고 말했어요. 하나님이 8백번 즐거워 하라, 기뻐하라고 하신 것은 우리들이 기쁨을 희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셨어요,,,"(p.191)


어느 날, 파레아나는 그만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녀는 다리를 다치고 누운 상태에서도 '천연두'가 아닌 것을 기뻐 하고, 이모로부터 '착한 애'란 말을 듣는 것도 기뻐 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심각했다.


척추의 상처로 인해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게 된 상황이었다. 파레아나 인생의 최대 위기였다. 기쁨

조각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게임은 결국 파레아나도 주변도 살리고 만다.


파레아나가 누워 있는 동안, 미스 파레이의 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쁨의 게임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중에는

지미를 받아 들이기로 한 펜데르톤도 있었다.


결국, 파레아나가 시작한 감사의 게임은 온 동네를 변화시켰다. 가장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모는 낸시가 싫어했던 월요일조차 기뻐하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월요일 아침을 기뻐한다고?"


"파레이님, 들어 보세요. 내가 월요일 아침을 무척

싫어하는 것을 알자, 파레아나 아가씨는 언젠가,

'어머, 낸시. 일주일의 어느 날보다 월요일을 기뻐

해도 좋아요. 왜냐하면 다음 월요일이 오기까지는

1주일이나 남았으니까'라고 했어요"(p.249)


월요일의 감사 게임은 아직까지도 실천하고 있는 내 비법이기도 하다. 단단한 바위처럼 굳어 있던 미스 파레이의 가슴까지도 움직인 감사의 게임.

결국, 파레이와 틸튼은 아름답게 이어진다.


해질 녘, 파레이 이모는 파레아나의 침대 곁으로

살짝 다가와 가장 기쁜 일을 얘기하고야 만다.


"파레아나야, 누구보다도 먼저 네게 말해야 될 것

같구나. 언젠가는, 틸튼 선생님이 네 이모부가 되실 거야. 이것도 모두 네 덕분이다. 아 아, 파레아나,

나는 정말로 행복해요! 정말 기뻐요."(p.266)



이제 파레아나의 편지는 마지막 대목에 이르고야

만다. 헤어지기 싫지만, 책의 페이지를 덮어야만

한다. 그래도 마무리는 기쁨의 사연을 전하면서

끝을 맺을 수 있어 정말,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사랑하는 이모부님과 이모님. 제가 걷게되었어요.

오늘은 침대에서 창가까지 쭉 걸었어요. 걷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건지,,,"(파레아나의 편지중에서)


p.s. '파레아나의 편지'는 '파레아나의 청춘'으로

이어진다. 조만간 후속편을 찾아 읽을 작정이다.

엘레나 H. 포오터(1863~1928)의 파레아나는 '기쁨을 찾는다' 라는 뜻의 '파레아나이즘' , 혹은 '파레아나이쉬'라는 신조어를 사전에 추가시켰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캐릭터였다고 한다.


특히, 사춘기 시절의 나를 감사의 게임으로 빠져 들게 한 책이기도 하다. 항상 손 닿는 곳에 두고 시무룩해질때면 찾는 파레아나가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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