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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과 <마음>사이에서

"나쓰메 소세키에 빠지다"

by 에스더esther
책 표지 (문예출판사)

책을 장만할 때, 은근히 책 표지에 유혹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읽으려 하는 책도 마찬가지다. 물론, 진즉에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세계에 빠져들었다.

현암사 시리즈는 세트로 장만해서 감상 중이고,

아직도 여전히 그의 책을 틈틈히 보고 있으니,,,


특히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의 책 중에서도 가장

젊게 느껴진다. 초등학생의 추억으로 시작되는 첫

문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 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서 허리를 삔
적이 있다. 왜 2층에서 뛰어내렸는지 묻는
다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새로 지은 건물
2층에서 고개를 쭉 빼고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때 마침 운동장을 지나가던 같은
반 녀석이 날 보고는 대뜸 이러는 거다.

"거기서 뛰어내릴 용기는 없을걸? 이 겁쟁이야."

그래서 그냥 뛰어내렸다,,,

(p.9. 첫문장 중에서)

도련님은 동네에서 소문난 장난꾸러기, 막무가내

불량(?) 청소년이다. 심지어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유조차 도련님의 말썽 행각 때문이라 하는

말을 듣기까지 하였으니,,,


그러나 아버지와 형과 함께 살면서도 항상 심한 지청구를 반복 해서 듣는 도련님에게도 든든한

편이 있다. 바로 기요할멈이다.


"이 할머니가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를

끔찍이 챙겨 주었다. 그 이유는 정말 알 수 없

었다. 엄마도 돌아가시기 사흘 전에 이미 정이

떨어 지셨고, 영감은 항상 골칫거리로만 여기고,

동네에서도 몹쓸 망나니 취급을 받는 나를 기요는

애지중지했다."(p.14중에서)


집안에서 유일하게 도련님을 감싸 주면서 그가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굳게 믿은 기요는

도련님을 믿어 주는 단 한 사람의 어른이었다.


형만 사랑하던,(도련님은 결코 편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마저 도련님이 중학교를 졸업한

해에 세상을 떠난다. 상업전문학교를 나온 형이

살던 집을 팔고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도련님은

홀로 하숙생활을 하게 된다. 기요와도 헤어져서,,,


집도 가구도 모두 팔아치운 형은 고작 600엔만을

도련님에게 주고 떠난다. 그 돈으로 전문학교 3년

공부를 마친 도련님은 우연한 기회로 지방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 되어 기요와 헤어지게 된다.


학교 선생이 된 도련님의 기행은 여전히 계속된다. 특히나, 동료 교사들과의 애증(?) 관계도 다이나

믹하게 전개된다. 그런데도 수학선생으로서 그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왠지 유쾌하기만 하다. 기요는

여전히 도련님과 함께 살기만을 바라며 편지를 써

보낸다. 무려, 약1미터 20센티미터나 되는 편지.

,,,도련님은 대쪽 같은 성품이신 데다 가끔
울컥할 때가 있어서 그것이 걱정된다.,,,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별명을 붙이면 사람들
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무턱대고 사용 하면 안 된다. 정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기요
에게 편지 쓰면서 불러라.,,,,,시골 사람들은
성질이 괴팍하다고 하니 큰 일 당하지 않도록
조심히 행동해라.,,,용돈이 모자라 곤란할지
몰라 10엔을 부친다.,,,(p.119~120중에서)

참으로 구구절절한 사랑의 편지를 쓰기 위해 무려

사흘 밤낮이 걸린 기요할멈은 그저, 도련님에게는

어머니요, 아버지요, 형이요, 보호자다. 집안 일을

맡아 하던 할머니가 아니라 가장 큰 어른인 것이다.


도련님의 학교 생활은 몇 몇 선생들과 함께 긴장을

유발하면서 일년을 넘기고 있었다. 특히, 빨간셔츠

라는 별명의 교감과 벌이는 신경전은 드라마틱한

현장감으로 펼쳐지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고, 동료교사와 도련님의 합작으로

빨간셔츠의 위선을 무참히 깨뜨리고 나서야, 그는

홀연히 학교에 사표를 던지고 도쿄행을 택한다.


도련님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도쿄에서 기요

할멈을 만난다.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든

채로, 기요가 있는 집으로 향하는 도련님.


["기요, 나 돌아왔어" 하고 뛰어 들어갔더니 "아이고 도련님, 우리 도련님, 일찍 돌아오 시네요" 하고 눈물을 뚝 뚝 떨어 트렸다,,," 나도 너무 기뻐서 "이젠 시골에 안 갈거야. 도쿄에서 기요하고 같이 살거야" 하고 말 했다. ](p.205중에서)


어쩌면 도련님은 기요할멈 곁으로 돌아오고 싶어

몸살이 났던건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오로지,

그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작가 자신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을 귀하게 여긴

마음이 따뜻한 작가. 다행히 도련님은 도쿄에서

철도회사에 취직하여 꿈에도 그리던 기요할멈과

같이 지내게 된다.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다.


비록, 기요할멈은 "좋아요, 기뻐요" 를 원 없이

도련님을 향해 외치다가 이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지만,,,기요는 죽기 전날,, 도련님을 부른다.


"도련님, 부탁이 있는데요, 내가 죽으면 도련님

다니시는 절에다 묻어 주세요. 무덤 속에서

도련님 오시길 기다리면 좋겠어요" 했다. 그래서

기요의 묘는 고히나타에 있는 요겐지에 있다.

(p.206중에서)


도련님을 읽고, 소중한 바램을 갖는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기요할멈과 같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램이다. 때로는 밝은 불빛으로

바다를 비추는 등대같은 사람이 되자. 가만 가만,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책을 덮는다. 나스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으러 가는 길이 등대 불빛처럼 밝고 환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모두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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