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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의 학습

녹지 않은 기억들

by 에스더esther


순백의 한 주간


<경회루의 설경_photo by esther>


이번 주, 온통 세상이 순백으로 쏟아져 내렸다.

눈 오는 경복궁을 쏘다닌 그날, 우산을 받쳤어도

소용 없었으니 함박눈과 싸락눈, 눈깨비까지

온통 변덕이 죽 끓듯 했다. 그래도 마냥 신이 났다.

선배들과 빨간 우산, 파란 우산, 핑크와 초록으로

궁궐 내부를 샅샅이 살피며 열심히 걸어 다녔다.


한 직장에서 거의 사십년을 봐온 선배님들이다.

작년 말, 정년퇴직한 선배 한분은 관광가이드

새로운 앙코르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궁궐 가이드를 자청해서 순백의 기쁨을

선물한 선배, 인생 제2막 멋지 장식하면서

한발 앞서 걸어가는 귀한 잡이의 모습이다.


<우산 셋이 나란히_photo by esther>


경복궁을 그렇게 많이 들락거렸으면서도 그저

경회루만 왔다 갔다 하고 말았다는 걸 본격적인

선배의 가이드 투어를 하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궁궐 안쪽 편 마당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

건청궁이 있고, 향기로움이 온 세상에 퍼진다는

향원정도 있다. 눈 속에서 더욱 더 빛나는 공간.


지금도 손에 잡힐 듯, 향원정의 품격이 고스란히

기억된다. 잠시 잠깐 내리던 눈발조차 멈추

다정한 고요함으로 취했던 시간, 사각이는 주변

풍경들마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선배의 가이드

투어로 술, 술 엮어져 나오던 연 속에 경복궁이

지니고 있는 수다한 역사의 퍼즐들이 맞춰졌다.



<향원정_photo by esther>


p.s. 오늘은 수업 전에 함박눈과 싸락눈을 번갈아

맞아가며 걷던 경복궁을 떠 올렸다. 행복한 기억이

생생한 감동의 순간을 재소환한다. 아직도 나리던

눈이 안 녹고 남아 있으니, 설경의 학습이다. 좋다.

흰 눈 속의 경회루와 설경에 둘러 쌓인 향원정에

속해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 열심히 누릴 일이다.




수업 start~


숨숨코치 에스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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