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강사가 되기까지

요가강사의 삶

by 에스더쌤

요가를 시작한 나이는 26세.

나는 요가에 푹 빠졌다.

연이은 실연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영어강사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밀가루를 섭취했다.

떡볶이, 라면, 우동, 칼국수, 도넛과 케이크 등.

영어유치원에서는 걸핏하면 학부모님들이 간식을 사 왔다.

고마워하기엔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다.


하이힐을 신고 수업을 하고, 꽉 끼는 옷을 입고

맵시를 뽐내던 나는 각종 허리통증, 두통 등

몸이 너무 아파서 괴로웠다.


교회에서 알게 된 의사 선생님이 마침 마취통증의학전문의였는데,

병원에서 진료를 보았더니 요가와 영양제를 추천해 주셨다.

나는 바로 실천하였다.

서면에 생긴 요가라이프에 등록을 하고

영양제를 주문했다.


와, 효과가 얼마나 놀라운지 얕은 잠을 자던 내가

요가수련 후에 깊은 잠을 자게 되었고,

살도 조금씩 다시 빠져서 예전의 몸무게를 되찾았다.


그러나 나에게 요가강사는 너무 요원해 보였다.

내가 본 요가강사들은 죄다 날씬하고 얼굴도 엄청 예뻤기 때문에,

내가 요가강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혼과 두 번의 출산 이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서른여섯이 되어 요가와 매트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 3회 정도의 수업인데, 한 주에 한두 번은 빠졌지만

갈 때마다 좋았다.

사바아사나 때 생각을 하는 게, 오늘은 이런 점은 좋았는데,

저런 점은 아쉬웠다였다.

내가 요가강사라면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진 않을 텐데 싶었고,

오른쪽을 했으면 잊지 말고 왼쪽을 해야지 싶었다.

조금씩 횟수가 늘수록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유연한 나를 알게 되었다.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비용은 어쩌지?

당시 남편의 연봉은 아주 적어서 한 달을 살기에도 빠듯했다.

맞벌이를 하기엔 아이들이 어려서 손이 갔다.


한편에 요가강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접어두고

좋아하던 책 읽기에 몰입했다. 에세이나 소설, 건강에 관한 책, 심리상담 책 등

가리지 않고 읽었다.


마흔이 다 되어서야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당시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안되면 안 되더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 요가강사님께 어떻게 하면 요가강사가 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래서 소개를 받아 가게 된 곳은 경희대학교내 평생교육원에 있던

경희요가필라테스협회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에서는 공신력이 있었고,

담당교수도 체육학과 교수여서 믿음이 갔다.

요가 3급, 2급, 1급 지도자 순으로 자격증을 취득했고,

1급을 하면서 매트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했다.

처음에 지도자수업에 갔을 때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요가강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의 대답은 그랬다. 내가 요가를 통해 힐링을 받았고,

건강이 좋아졌기 때문에 나같이 아이 낳고 힘든 엄마들을 돕고 싶다.

그리고 나의 자녀가 장애가 있는데, 특히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을 돕고 싶다. 그렇게 이야기했다.

지도자수업은 만만치가 않았다. 주 2~3회 50분 수련도 겨우 하던 내가

하루 3~4시간은 기본으로 수련을 하였고,

오랜 시간 쓰지 않던 뇌를 풀가동하여 용어를 외우고, 익히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리고 수업만큼이나 아니 훨씬 힘든 것이 인간관계였다.

어디서든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나보다 20살은 더 어린 동급생과 나보다 열 살은 넘는 왕언니가 있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 수련하고 서로 코칭하고 봐주고

자주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그러다 보니 친해졌지만,

보이지 않는 벽도 느꼈다.


그리고 급수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새 동급생을 만나는 것도 피곤하였다.

3급과 2급을 할 때는 외국에서 나고 자라 겉은 한국인인데 속은 외국인에다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어 피곤한 일이 많았다. 내가 영어가 좀 된다고 믿고 따르고

한국어로 된 강의교재에서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곤 했던 그 여성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3급을 취득하고 일을 하다가 좀 텀을 두고 2급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고,

무용학과 출신의 멋진 이십 대는 기가 세고 도도하였다. 1급에서는 또 무용학과 출신의 아름다운 강사님이 있었고, 매트필라테스에서는 이혼을 준비하는 여성, 별거 중 이혼 소송 중인 여성, 아나운서 일을 하다 스트레스로 너무 먹어서 엄청 살이 찐 젊은 여성도 있었고, 사회복지학 박사님도 있었다.

은근히 끼리끼리 그룹이 나뉘었고, 학구파와 놀자파가 선명했다. 각각 자기 나름대로의 꿈을 안고 온 많은 여성들과 여성들 틈에 기가 빨리는 몇 남성들도 있었다.


시험은 6~8주 과정이 끝나면 진행되었고, 필기와 실기시험이 있었다.

그리고 실기 때는 감독관이 여럿 있었고,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코멘트를 해주었다.

실기를 치를 때마다 옷을 맞춰 입는 룰같은 것이 있었다. 협회 내에서 주문을 해서 사 입었다.

시험응시료가 15만 원, 자격증 발급비용이 10만 원, 급수마다 100여만의 교육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지금은 협회도 더 많아졌고, 대학교 안에 요가학과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국가자격증이 아니라 민간자격증이고,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해 봐야 취업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본인이 센터를 차리지 않는 한 레드오션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늘 반장을 도맡았고, 교수님도 신임하는 축에 끼였지만 요가강사도 배울 것이 끝이 없었다.

해부학 세미나도 회당 8만 원이고, 소도구 필라테스 강좌, 실버요가 강좌 등을 따로 다 들으려면

천 단위는 기본이었다. 돈도 못 버는데, 계속 비용이 드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졌다.

요가지도자 양성이라는 미명하에 결국 장사를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몇 번 대강을 나가거나 취업 알선 기회가 있었지만, 나이가 사십 대가 넘어가다 보니

쉽지 않았다. 복지관이나 센터 등에 일하려면 경력이 필요했다.


나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내가 알던 한의사님께 부탁하여 의료협동조합에서 몇 개월 요가수련을 지도했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 내 장애인 데이케어에서 필라테스를 가르쳤고, 학교의 학부모 자원인사 초청 수업에도 참여하여 필라테스 수업을 하였다. 그리고 생협에서 온라인으로도 강좌를 열었다.

또 지인의 아파트에 요가를 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이 있었고,

아파트 입주민은 누구나 장소를 빌려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가필라테스 동호회를 만들었고,

그 동호회가 나를 강사로 쓰는 걸로 규례를 만들고 회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나의 지인들은 한 번씩 방문하거나 몇 개월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9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요가강사로 일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코로나 기간 2년은 하지 못했으니 7년이 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는 광교 주간보호시설에서 성인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요가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다 적지 못한 무수히 힘들고 고달픈 시간이 있다. 왜냐하면 일단 나이가 있고

아기들을 낳고 돌보던 터라 체력이 상당히 좋지 못했다는 점, 지도자 수업 이후 집안 살림을 병행해야 하니

피로도가 높았다는 점, 요가강사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여전히 요가강사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가 좋지 못한 점 등의 영향이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4대 보험이 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요가는 취미로 하고 말이다. 센터를 운영하려면 요가교육비가 비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복지관과 동사무소 등에서 저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차별화가 있지 않는 한

힘든 현실이다. 차라리 팔라테스 강사가 되어 1:1 수업을 하면 경제적으로는 훨씬 도움이 되고 안정적일 것 같다. 요가강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다. 나는 기구필라테스를 취미로 가끔 하는 편이다. 더이상 비싼 비용을 들여서 필라테스강사가 되고 싶지도 않고 많은 수업을 감당할 자신도 없다.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말하는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이해를 할 것이다. 비싼 비용을 낸 만큼 회원들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고 요구사항도 많은데 나는 저렴한 비용을 내고 큰 기대없이 왔다가 아주 만족하고 가는 회원들에게서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국립대학교 사범대학과 교육대학교 두 군데를 졸업했는데,

교사는 하지 않고 요가강사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요가강사가 되어 9년이 넘도록, 지도자 과정까지 10년, 그리고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는

16년, 아가씨 때부터는 23년 이상 요가를 접하고 그 외에도 많은 운동을 해보고 지금도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요가강사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 2~3회의 수업이라 딱 좋다. 수업이 있어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하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수영을 하고 걷고 노는 지금의 삶이 아주 만족스럽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요가강사로 남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초등학교에 가서 기간제 교사를 할 수도, 기초학력튜터를 할 수도, 방과 후 지도사나 돌봄 교실 강사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내가 들인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벌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내 용돈을 벌어서 쓰니 스스로 당당하고 또 자아효능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겼다. 돈 버는 것이 힘든 것을 아니까 더 절약하고 낭비하지 않으니 그것도 좋은 점이다. 매 학기마다 새로운 회원들을 만나고 대하다 보니 사람도 볼 줄 알게 되고, 늘 내 목소리로 수업을 하니까 발성연습도 되고, 읽고 들은 좋은 내용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그것도 보람되다.


가끔 회원들이 이야기한다. 강사님은 진짜 즐기시는 것이 보인다고. 사실이다.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쟎은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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