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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Schipper Nov 14. 2023

Anicka Yi

아니카 이 개인전

에스더쉬퍼 베를린은 아니카 이(Anicka Yi) 개인전《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을 2023년 9월 15일부터 10월 21일까지 연다. 에스더쉬퍼에서 여는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호흡하고 맥박이 뛰듯 움직이는 고치(pod) 모양의 유선형 조각 작품과 알고리즘 기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천장에 매달린 생체 공학 기생 생물을 닮은 조각 작품 아래에는 생명의 수중 기원을 암시 하는 액체가 갤러리 바닥 위에 놓인 얕은 웅덩이에서 부드럽게 빛난다. 


Anicka Yi,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 Esther Schipper, Berlin (2023)


아니카 이는 지난 10년 동안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 연구를 접목해 이 시대의 다양한 이슈들을 드러내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기계를 구분하는 전통적인 분류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양립할 수 없는 재료를 탐구하는 연금술 같은 실험 과정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소재와 매체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와 협력하고, ‘감각의 생체정치학(biopolitics of the senses)’이라고 표현하는 감각과 지각의 문화적 학습을 탐구한다. 과학적 개념과 기법을 활용해 생생한 가상의 장면을 구현하는 작가의 작품은 인간 심리와 사회 작동 원리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Anicka Yi,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 Esther Schipper, Berlin (2023)


이번 전시는 생물학과 역사에 대한 아니카 이의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제작해 온 하이브리드 생태계(hybrid ecosystem)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지난 2019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 인 해조류 포드 조각(kelp pod sculptures)으로 처음 제시하고 2021년 런던 테이트 모던 개인전《In Love With The World》와 밀라노 피렐리 안가르 비코카 개인전《Metaspore》에서 확장한 ‘생물화된 기계’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작가가 에어로브(aerobe)라고 명명한 부유하는 반자동 기계 작품들을 다른 장치 또는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게 해 일종의 인공 지능을 습득하도록 했던《In Love With The World》 전시는 ‘인지’에 대한 관념을 해체하려는 시도였다. 육체와 분리된 정신 또는 지능에 대한 인간의 망상에 반박하고 인류의 공감 폭을 확장하고자 하는 작가의 ‘생물화된 기계’는 “우리는 기계가 우리의 생물학적 현실을 더 온전하게 반영도록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Anicka Yi,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 Esther Schipper, Berlin (2023)


Anicka Yi,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 Esther Schipper, Berlin (2023)


아니카 이는 2022년부터 자신의 회화적 작품 이미지를 기계 학습 모델에 입력하고 학습시켜 회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알고리즘과 대화하듯 교신하며 기존 작품을 해체하고 조작해 알고리즘이 뜻밖의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했다. 작가는 점차 다수의 기계 학습 모델과 교신하는 방식으로 작업 방식을 확장했으며, 이 작업 방식을 자신의 시각 패턴과 모티프와 생태학적 개체가 융합되는 과정으로 개념화했다. 


Anicka Yi,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 Esther Schipper, Berlin (2023)


에스더쉬퍼에서 처음 선보이는 수평 회화 연작은 작가의 기존 작품의 짙은 미스터리에서 벗어나 작품 골격의 원천인 작가의 상상 속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화면이다. 혈구와 생선알, 해조류 덩어리와 파열된 피부의 질감이 선명하게 윤을 내며 드러난다. 인간이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한 치 밖에 있는 화면 속 현실 세계의 오브제와 하이브리드된 개념들이 생체 형상의 빛나는 파동처럼 부풀어 올라 부서지기를 반복한다.


Anicka Yi, A Shimmer Through The Quantum Foam, Esther Schipper, Berlin (2023)


아니카 이는 2022부터 스탠퍼드대학교의 ‘Visiting Artist’로 활동 중이며, 2022년에는 밴쿠버 TED 토크의 강연자로 초청되기도 했다. 2019 년에는 베르그루엔 연구소, 2014년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예술과학기술센터에서 아티스트 펠로우십을 거쳤다. 작가는 테이트 터빈홀 현대 커미션 (2020), 휴고 보스상 (2016),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재단상 (2011) 등을 수상했다.


Photos: © Andrea Ross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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