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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트라 Oct 05. 2023

첫 회사인데 퇴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편]

첫 퇴사를 고려하는 사회초년생 분들을 위하여 - 퇴사하게 된 계기


"언제나 마무리가 제일 중요해. 끝까지 마무리 잘하는 걸 잊지 마."



퇴사일이 결정되고, 존경하는 선배한테 연락하니 마무리가 제일 중요하다며, 마무리를 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사실 사원 때는 마무리가 그렇게 중요한지는 몰랐는데, 첫 회사에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알게 됐다.


끝맺음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마이너스가 되는 걸 수없이 지켜봤다. 오늘은 첫 회사에서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됐는지 말해보고자 한다.




5년 3개월 동안 다닌 첫 회사를 올해 9월에 퇴사했다. 올해 초에 별다른 이슈가 없었는데도 사람이 한 회사에 5년 넘게 전력을 다해 달리면, 이제 그만 쉬어야 한다고 몸이 먼저 거부를 하더라. 내 육체가 전력을 다해 아프다고 말하더라.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일을 하기 싫었고, 무기력했고,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졌었다. 그게 바로 올해 1분기 때의 일이었다. 몸이 거부하니 어이없는 실수를 인생 최대로 많이 했었다. 그 때문인지 당시의 팀장님은 나를 혼내는 게 일상이었고, 심지어 나보다 한참 후배들 앞에서도 혼내는 게 일상이었으니 서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어느 날, 팀장님이 나를 불러 인생을 놓지 말라며, 흘러가는 시간 또한 너의 인생이니 제발 정신 차리라고 조언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에는 화만 났었다.


후배들 앞에서 나를 혼내는 팀장님이 원망스러웠고, 후배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했다. 나는 너희들보다 몇 년의 고난을 넘긴 선배인데, 너희들보다 더 정확하고 전략적인 선배인데, 고작 이런 어이없는 실수로 이런 대우를 받는 자체에 화가 났다. 심지어 팀장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데도 남의 말을 듣기가 싫었다.




면담을 7~8번은 한 것 같다. 팀장님이 무슨 말을 하셔도 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이 스트레스에 극에 달하면, 잊고 있던 공황장애가 오더라.


늘 회사에 출근하기가 싫어서 울면서 잠든 게 일상이었다. 심지어 팀장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심박수가 140까지 올라갔고 과호흡이 올 것 같아, 항상 한숨을 크게 쉬고 자리에 갈 정도였으니 잠깐 공황장애를 겪은 것 같다.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 후배를 보는 상사의 심정은 어떨까. 화도 내다가 타일러 보다가, 그래도 안되면 원망스럽고, 속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일련의 감정을 생각해 보니, 팀장님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다는 걸 퇴사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하다 하다 안되니 어느 날은 팀장님이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말을 하셨다.

"너 비겁한 짓 그만해. 남의 등 뒤에 숨어서 넘어가려는 거 다 보여. 그거 비겁한 거야. 네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비겁하다는 말이잖아. 그거 그만해, 이제."


이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정말 혐오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더 이상 퇴사를 미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5월에 퇴사 결심을 했다.




언제쯤 말하는 게 좋을까 하다 또 실수 때문에 면담할 일이 있었다. 그때 팀장님은 내가 이렇게 방황하는 게 본인의 잘못이고, 본인의 그릇이 작아 나를 신뢰하지 않았기에, 그저 사고만 치지 않기를 바랐기에, 생긴 일들인 것 같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셨다.


언젠가 한 번은 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면 네가 숨을 쉴 수 있겠니? 네가 원하는 게 뭐야? 퇴사를 하면 숨이 좀 트이겠니?"




그냥 텍스트로 보았을 땐, 저 말 자체가 권고사직이 맞다. 하지만 그 간의 맥락을 보면 오직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나는 팀장님의 말을 듣고, 감겨있던 눈이 번쩍 뜨였다. 퇴사하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고, 원래의 내 모습으로 가장 나답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8월 중순에 사직서를 내게 되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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