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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에피소드 17-1. 를 읽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by 더곰

"드디어 망한 거야? 이제 문 닫아?"


꽃할매가 놀란 듯이 말했다. 말투는 망하길 바라는 것같지만 표정과 행동은 믿을 수 없다는, 몹시도 아쉽다는 듯했다


"아니요~ 그럴리가요. 꽃할매때문이라도 여기서 무병장사 할 거예요~!"

"그래~ 내가 죽을 때까지만 해. 나 심심하지 않게."


그제야 안심이라는 듯이 말하는 꽃할매였다.


"근데~ 책방 닫는 다는 건 무슨 소리야?"


꽃할매의 물음에 손님들이 보고 있던 책을 꽃할매에게 건넸다.


image.png?type=w580 효형출판, 2018


이 책은 독립서점을 꿈 꿨을 때 자료 조사차 독립서점을 키워드로 해서 여러 권의 책들을 살펴 봤다.

그 중에 이 책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거침없이 계산을 했다.


내 삶의 모토는 기대치를 0으로 하자 이다.

적지 않은 삶을 살아본 결과 기대치를 100으로 했을 때에는 반드시 실망을 하곤 했다.

결과치가 100이 나와야하는데 100이 나올 확률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대치를 0으로 하면 마이너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1 이상의 성과가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기에 독립서점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도 이로 인해 대박이 나자!

돈을 많이 벌자라는 기대치를 0으로 했다.

(아니, 마이너스로 했다!!! ㅋㅋㅋㅋ 그래야 맘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간절한 마음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끈 것이다.


대부분의 독립서점 관련 책은 독립 서점 창업, 운영하는 법, 성공하는 법, 에세이 등등 꿈과 희망 속에 약간의 절망, 힘듦의 MSG를 넣곤한다.

근데 책 제목 부터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니!

책방 문을 닫기까지의 에피소드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젊은 시절부터 여기저기 방황하던 저자가 뜻한 바가 있어 염리동에 여행 책방을 열게된다.

책방을 하기로 다짐하면서 오픈 하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오픈 후에 소소한 에피소드와 책방 운영을 위한 이것저것 해야 하는 일들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그리고, 좋아서 했던 일이 어느 순간 돈을 쫒아 하는 일이 되어버린 순간 번아웃이 찾아왔고 그렇게 폐업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담담하게 담겨져 있다.

물 흐르듯이 여행 책방 '일단멈춤'의 서사를 기승전결로 쫘악 훑어보는 기분이었다.


"아니, 장사해서 잘 먹고 잘 살아야지. 왜 이런 책을 보고 문닫을 생각을 해~"

"아니에요. 문 닫은 내용은 맞지만, 독립 서점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들을 잘 풀어냈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오히려 나는 적어도 3년은 버텨봐야지!하고 목적 의식도 생기더라고요."


나는 청개구리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란듯이 오래 무병장사 할 작심을 했다.

(하지만... 그렇지만... 작심은 삼일이오... 내 흥은 유통기한이 있기에 나도 나를 못 믿.. )

근데 독립서점에대해서 알아보면서 정말 곳곳에 많은 서점들이 생겨나고, 그 배수로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는 다는 걸 알게 됐다.

뉴스에서 독립 서점 열풍이나, 그럼에도 책을 사 보는 이들이 많네라고 떠들어대도 실질적으로 수입과는 무관한 듯 했다.

게다가,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독립서점들은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팔거나, 공간을 대여하거나, 모임을 만드는 등으로 부수입원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는 이게 장도 단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단은 책방 주인의 몫이고, 선택은 손님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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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군데 군데 재미있는 부분이 참 많다.

'일단 멈춤'의 내부 사진들이 틈틈히 배치 되어 있다.

또한 수미상관 구조로 시작과 끝의 결을 맞췄다.

조용하게 시작해서, 조용하게 끝을 냈다.

그리고, 책 페이지 표시 또한 평범하지 않다. '일단 멈춤'의 로고를 페이지를 표시하는데 센스있게 활용했다.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모든 기록물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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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잉- 그래도 책 제목이 좀 그래~ 얼른 다 팔려서 텅텅 비었으면 좋겠네~"

"완판되면 너무나 땡큐죠! 꽃할매가 책 좀 사라고 소문 좀 내주세요."

"알았어! 손님들도 한 권 씩 사~ 거 얼마 안되던데!"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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