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9. 369! 369! 짝!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
369다.
일을 하면서 3개월, 6개월, 9개월에 한 번씩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권을 따낸 뒤, 여러 명의 지원자와 경쟁을 한다.
그렇게 어렵게 입사한 첫 회사에 힘찬 포부와 함께 첫 발을 내 딛는다.
2개월까지는 참을만 하다.
하늘이 나를 시험하듯, 세상 또라이를 다 한 곳에 모아놓은 것같은 곳이지만 그 안에서 배울 것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한다.
눈부신 나의 미래를 그리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텨낸다.
비록, 나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남정네가 자신을 '선배', '-씨'라는 호칭 대신 '사장님'이라고 부르라는 희한한 오더를 내리는 곳이지만 (참고로 사장 아들 아니고, 사장과 전혀 무관한 그저 6개월 먼저 입사한 분), 분노가 치밀 때 자기 엄마아빠를 찾지 않고 우리 엄마아빠를 찾는 분이시지만 참을만 했다.
그렇게 잘 참아왔는데...
3개월 매직이 발동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상사에게 면담을 신청했고, 그만두고 싶다고 읍소했다.
물론, 잡혔다.
그들은 내가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다 알려줬는데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다시 처음부터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효율성으로 나를 붙잡았다.
그 당시에는 몰라서 잡혔다. 그냥 내가 필요한 인간인 줄 알고.
그랬다가 6개월 매직이 또 한 번 발동했다.
또... 잡혔다.
369는 누가 한 말일까?
귀신같이 그 시기가 되면 그만두고 싶은 힘이 발현된다.
지금은... 지금은.... 3개월은 지났고, 6개월이 되기엔 한 달이 부족한데...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서오세요."
그래도 자동적으로 문이 열리면 입에서 고정멘트가 발사된다.
"안녕하세요. 아아 한 잔 주세요."
"네."
"저도 아아요."
"네."
아아를 주문하는 두 사람은 이 근처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 같다.
늘 이시간이 되면 책은 안 사도 커피를 사러 이곳으로 온다.
"진짜 회사 때려치고 싶다!"
"나도 나도!"
"이면지를 안 썼다고 그렇게 사람을 쪽을 줄 일이야?"
"내 말이~ 아니! 커피도 식대로 넣지 말라잖아. 그러면서 지는 비싼 커피 처먹고 영수증 올리고!"
"아씨 퇴사 고프네."
"야! 퇴사하면 뭐 먹고 살게?"
"글쎄... 나는 퇴사하면 그냥 번돈 다 탕진하면서 살거야."
"엥?"
"돈 버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 다 쓰면 또 돈이 필요해서 열심히 일하겠지."
"그치... 살면서 먹고 사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아아 두 잔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여유가 있으시다면 오늘의 책 한 번 구경하고 가세요~ 원래 강요는 안하는데... 타이밍이 딱 적절한 거 같아서요."
이 분들에게 책팔이를 하면 부담스러워서 다시는 커피 마저도 사러 오지 않을까봐 그동안 말없이 커피만 내어줬는데, 오늘은 용기를 한 번 내봤다.
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 때에 말이다.
"아... 네네!"
그들은 살짝 부담스러운 듯 했지만, 오래 이곳을 찾기도 했고 한 번쯤은 주인장 말을 들어줘야 하는 게 도의상 맞지 않나라고 생각했는지 책장 쪽으로 향했다.
"어! ㅋㅋㅋㅋ 뭐야. 관심법으로 우릴 봤나봐!!"
"대박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