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1-1. 미루는 스킬 얻으러왔다가 반성하고 나갑니다
한 때 책 관련 팟케스트를 미친듯이 들은 적이 있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끝이 나고 나서 yes24 <책읽아웃>을 들었다.
(그러다가 마음이 피폐해지면서...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으로 환승을 했....)
어쨌든, 이 책은 <책읽아웃>을 듣다가 알게 된 책이었다. (엄청 옛날이었다...;)
세 명의 진행자가 한 권씩 책을 추천해줬는데 그 중 한 권이 <미루기의 천재들>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어? 난데? 어어어? 내가 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대가 높았다.
특히,
일을 미루며 죄책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루기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다.
<미루기의 천재들> 34페이지
나는 늘 그러했다. 사실, 지금도 나는 밀린 일을 해야 한다.
오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그간 미뤄왔던 책상 청소를 했고, 그 다음엔 바빠서 못 봤던 웹툰을 보고 (응??) 미뤘던 낮잠도 좀 자고... (어??)
그리고 나서 책을 읽었다.
<미루기의 천재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 사 놓고 최대한 읽기를 미뤘다.
그리고, 혼란의 일주일을 경험하면서, 지금의 나를 마주하면서 이 책을 펼쳤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책은 나를 사찰한 느낌이 너무 강해 저자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저자 앤드루 산텔라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시카고 로욜라대학에서 영문학은 전공했다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을 70여 권을 펴냈던 그인데... <미루기의 천재들>이라는 책을 냈다.
어쩐지,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아는 위인들이 많이 등장하더라니...
그는 역사책을 쓰면서 역사 속 인물들의 '미루기 한 판'을 많이 목격한 듯 했다.
책 앞부분에서 저자는 이 책을 왜 썼는지에 대한 명분을 풀어낸다.
그것으로 분명해졌다. 저자는 자신이 미루기 전문가라고 하지만! 갓벽한 미룸을 실천하는 나와 비교했을 때 저자는 100% 미루기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왜냐? <미루기의 천재들>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모았고, '미루기를 위한 여행길'에 오른다. '미루기 심리학'의 권위자를 맞으로 뉴욕으로 향하고, 독일 미루기 거장의 후예를 찾아 떠나고, '마감 효과'의 기념비적 건축물을 찾아 펜실베니아로, 문제의 '따개비'의 주인공 다윈을 찾아 영국으로 향한다.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다!
어느 거 하나 미룬 것이 없다.
이것이 저자와 나의 차이다.
(미루기로는 내가 이겼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내가 진 것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
저자는 미루기를 심리학, 경제학, 철학, 과학, 종교적 관점으로 다양하게 조명한다.
미루기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미루기의 정당성을 찾기 위기 책을 펼쳤다가 무한 공감을 하면서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가 결국에는 '음...' 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책을 덮게 된다.
미루기는 '상황이 더 악화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일을 지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일을 미룰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미루기라고 할 수 없다.
<미루기의 천재들> 31페이지
그어떤 말보다 와닿는 구절이다. 왜냐? 나는 늘 미룸에 있어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미룬 것'은 아니라는 거다.
애써 위안이 되는 구절이다.
책을 다 읽었더니 조금 피곤하다.
안되겠다. 오늘의 일은 내일로 미루도록 하자.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