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원 Oct 13. 2022

社交생활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요.

따님.

주말 내내 비가 내리더니 날이 많이 차가워졌어요.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내내 추위에 떨었지 뭐예요. 명퇴한 친구가 그림을 배우더니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동호회 회원과 함께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전시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갤러리 나들이를 했답니다. 또래 사람들로 구성된 동호회라서 그런지 관람객의 나이도 우리와 엇비슷해 보였어요.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친구와 차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돌아오는 내내 친구의 한 마디가 마음속에서 맴돌았어요. '이 나이에도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게 신기해. 세상에 놀라울 것이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세상에는 여전히 새로운 것이 많아.' 


친구의 말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맴도는 걸 보면, 많이 부러웠나 봐요. 지금까지 구축해 온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익숙한 나이에 새로운 장(場)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친구가 어떻게 부럽지 않을 수 있겠어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함께 무엇인가를 하면서 즐겁게 교류하는 일은 일상에 즐거운 자극이 되는 일이죠. 그래서인지 친구의 얼굴에 생기가 넘쳐났어요. 그 모습을 보는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로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꽤 신나는 일이에요. 그렇지요?


따님의 일상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나요? 늘 만나는 회사 사람이나 친구들 말고 따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따님이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있나요? 오래 두고 가깝게 지낸 사람이 아니면 사람 만나는 일을 힘들어하는 저는 이제와 굳이 낯선 사람들을 사귀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한편 해요. 그러나 또 한편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거나 경계하는 것 또한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따님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세상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맞춰가면서 소소한 취미를 나누거나 평소 마음에만 두고 있었던 일들을 용기 내서 시도하면서 따님의 세상을 확장시켜 나갔으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취미를 공유하거나 관심이 있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는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출신지역이나 학교 혹은 회사, 나이를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 닉네임으로 모임을 꾸려나가기도 한다더군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가 생겨나고, 그 관계망 속에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마음을 나누면서 자기 일상을 가꾸는 것. 이것을 느슨한 연대라고 하나요? 끈끈하고 무거운 관계 말고 쿨하고 가벼운 관계 속에 따님을 놓아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험난한 세상을 수식하는 많은 말들이 있지요. 그중 저에게 가장 무서운 말은 '사람을 어떻게 믿냐?'는 말입니다. 저도 그 말에 속아 넘어갈 뻔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도 사실 확신을 갖고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저 그릇된 신념에 발목을 잡혀서 저 말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방해하도록 한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따님이 이런저런 편견과 선입견 없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저와 다르게 친절하신 따님.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제가 요즘 마음에 품고 다니는 단어가 있어요. '친절'입니다. 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친절해야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들어왔어요. 친절은 사람이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마다 삶의 무게를 지고 있는 사람에게 타인이 건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위로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매일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친절하려고 결심했어요. 네, 결심이요. 사람에게 다소 무심하고 무뚝뚝한 저는 이 나이에 이런 결심을 하고 그럽니다. 함께 외식을 하거나 쇼핑할 때 따님이 저에게 하는 잔소리가 있지요. '일하는 사람들 한테 친절하게 말해'. 이제야 그 잔소리가 효과를 봅니다. 저의 이 길고 긴 잔소리도 효과가 있을까요?



이전 08화 經濟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