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순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May 01. 2023

순애(殉愛/純愛)

1.

모쪼록 쓰는 글이니,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전 새벽에, 엄마가 갑작스러운 산통을 느꼈고, 덕분에 우리 집은 왈칵 뒤집어졌었지. 그래도 폐에 물이 약간 차 있었던 것 말고는 큰 문제 없이 태어났고, 뭐 그 이후에는 건강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것 없이 자랐던 걸로 기억한다. 어린 시절에 나에 대한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면, 어렸을 때 나는, 그렇게 방실방실 잘 웃어댔단다. 지나가는 사람을 봐도 웃고, 혼을 내도 빙그레 웃기만 했기에, 혼을 내도, 영 혼내는 기분이 아니었단다. 아마 평생 지을 웃음을, 이때 다 끌어다 웃은 게 아닌가 싶다. 이건 좀 억울한데.

유치원에 다닐 시절에는, 이렇다 할 커다란 기억이 없다. 뭐랄까, 그 당시에 대한 기억보다는, 감정만 편린처럼 남아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려나.

유치원에 다닐 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몸이 간질거린다고 표현하곤 했다. 사랑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전이었으니, 나름 적절한 표현이 었다고 해야 할까. 이처럼 그 당시에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외롭다고 표현하지 못했고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라는 표현으로 대체해야만 했다. 왜 하필 물고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꽤나 단순하다. 우리 집에서는 구피를 한 마리 키웠었는데, 밤에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 불을 켜면, 그 불빛에 비친 구피의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모님에게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라는 말을 하면, 두 사람은 손뼉을 치며, 그 나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그럴싸한 표현이라며 좋아했다. 그건 외로움이었는데.

지금 와서 '몸이 간지러우니 저랑 연애하실래요?'라고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라는 말은종종 하곤 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꽤나 그럴싸한 표현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순애(殉愛/純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